김명수 대법원장이 올해 처음으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우리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어떤 재판이 '좋은 재판'인지를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며 "그 결과 국민이 '좋은 재판'이 실현되고 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관 그리고 법원 구성원 모두가 '좋은 재판'을 실현하려는 사명감과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항상 이를 확인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대법원장은 '좋은 재판'의 필수 요소로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 진행과 충실한 심리를 꼽으면서 "'좋은 재판'은 국민을 중심에 둔 재판"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사법부 수장의 '좋은 재판'론(論)을 두고 법조계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법과 양심'보다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할 경우 자칫 여론 재판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대중인기영합주의와 여론몰이에 휘둘려 재판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더욱이 대법원이 지난 2015년 유죄를 확정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 수수 사건에 대해 4·15 총선에서 압승한 여권이 재조사 및 재심 요구를 거세게 제기하는 상황에서 나온 김 대법원장 발언은 시기적으로도 매우 부적절하다. 누구보다 여론 재판을 경계해야 할 사법부 수장이 '국민'을 끌어들여 '좋은 재판'론을 들고나온 것은 한 전 총리의 재조사 및 재심을 위한 멍석을 깔아 주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정권이 사법부를 사실상 장악했다는 여론이 비등하는 가운데 사법부 독립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는 판결이 비일비재하다.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해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법원 스스로 정한 양형 기준을 무시하고 작정하고 봐준 판결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사법부가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서는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국민이 바라는 '좋은 재판'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조항을 재판에서 법원이 실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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