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용병침입 사건에 과이도 관여"…드러나는 막전막후

입력 2020-05-07 16:11:16

WP, 관계자 인터뷰해 사건 재구성…"베네수 야권 비밀조직과 사설용병 계약"
마두로 "미국이 쿠바정권 전복 시도한 '피그스만 사건' 재발" 반격

미국 출신 용병들이 지난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에 침입해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전복시키려다 미수로 그친 일명 '용병 침입 사건'의 전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마두로 정권에 반대하는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이번 사건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유명 정치 컨설턴트인J.J. 렌돈 등 내부 관계자의 입을 빌려 이번 사건에 대한 연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과이도 의장이 자신 등에게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고, 또 테이블 밑에 있다"며 군사 작전을 비롯한 여러 작전을 종용했음을 암시했다.

앞서 과이도 의장과 야당 세력은 지난해 여름, 준비해온 군사 봉기가 실패로 돌아가자 반정부 시위의 동력을 되찾기 위해 렌돈 등이 중심이 된 '전략 위원회'라는 비밀 조직을 창설했다. '전략 위원회'는 정권 교체를 위한 여러 시나리오를 모색했고, 마두로 대통령과 측근을 납치하는 방안도 구상했다.

이 과정에서 렌돈은 민간 보안업체 '실버코프 USA'의 설립자인 조던 구드로(43)를 알게 됐다. 렌돈은 '니콜라스 마두로를 포획·구금·제거하고, 현 정권을 몰아낸 뒤 후안 과이도 대통령을 임명하는 작전'에 대한 계약을 구드로와 상당 부분 진행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계약이 성사된 이후 구드로가 150만달러(약 18억원)의 의뢰 비용을 선지급하라고 요구하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이자 이들의 관계는 악화했고, 침입 사건 당일까지도 구드로와의 계약은 끝났다고 생각했었다고 렌돈은 말했다.

이들의 계획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인근 해안 도시 라과이라에서 8명의 용병이 사살되고, 13명이 붙잡히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반면 구드로는 베네수엘라의 주류 야당이 상호 간의 계약을 어기고 그를 배신했다면서 돈과 상관없이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작전을 그대로 수행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구드로는 과이도 의장이 동석해 계약을 체결했던 지난 10월 16일 당시 몰래 영상을 녹화했다며 이 내용을 언론에 제보하기도 했다. 녹음에는 과이도 의장이 "우리는 조국을 위해 옳은 일을 하고 있다"면서 "곧 사인할 것"이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런 가운데 마두로 대통령은 과이도 의장을 넘어 사건의 배후에 미국 정부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체포된 용병 중 미국 출신으로 알려진 루크 덴먼(34)과 에이런 베리(41)이 범행을 자백했으며 이들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침입 사건을 1960년대 초, 미국의 정보기관이 쿠바 피델 카스트로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쿠바 망명자들을 사주해 벌인 '피그스만 침공'에 빗대며 미국 배후설을 주장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