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 반발 무소속 TK 의원 '찻잔 속 미풍'으로…

입력 2020-04-16 00:49:00 수정 2020-04-16 01:52:15

15일 오후 대구체육관에 마련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장에서 개표 종사자들이 사전투표함을 개함해 투표지를 분류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15일 오후 대구체육관에 마련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장에서 개표 종사자들이 사전투표함을 개함해 투표지를 분류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앞으로 4년 동안 지역 민심을 국정에 반영할 선량(選良)을 뽑는 4·15 총선의 개표 결과 미래통합당에 낙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대구경북(TK)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 전원이 낙선했다. 지난달 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 후 처음으로 '옥중 서신'을 내놓으며 총선을 앞두고 야권 분열을 일으키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대구를 무소속 바람의 진원지로 지목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 출마했고, 곽대훈 의원(대구 달서갑)·정태옥 의원(대구 북갑) 등 대구 현역의원들도 통합당 공천을 받지 못하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해서다. 이 때문에 2008년 당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한 홍사덕·박종근·조원진·이해봉 후보가 친박연대나 무소속 후보로 당선된 전례를 떠올리는 이도 있었다.

8일 오후 대구 수성구 KBS 대구방송총국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달서구갑 선거구 후보자토론회에서 무소속 곽대훈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8일 오후 대구 수성구 KBS 대구방송총국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달서구갑 선거구 후보자토론회에서 무소속 곽대훈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찻잔 속 미풍'에 그쳤다. 곽대훈·정태옥 두 현역 '배지'들이 통합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후보보다 더 낮은 득표율을 보이면서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한 정치 인사는 "'선거는 바람'이라는 말이 있는데, 무소속 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미풍조차 없었다"며 "보수 지지세가 강한 TK에서 박 전 대통령이 '통합당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권 심판에 나서라'는 메시지가 힘을 발휘하면서 인물 대결이 아닌 정당 대결로 선거가 흘러간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의 말이 과거 사례처럼 낙천한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어렵게 했을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대구가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점이 무소속 출마자에게는 생각지 못한 '암초'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과거와 달리 코로나19로 사실상 대면 선거운동을 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지방의원의 역할이 커졌다"면서 "일부 이탈도 있기는 했지만 지방의원 대다수가 공천 후보 편에 서면서 무소속 후보 바람이 자연스럽게 가라앉았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선거를 앞두고 통합당이 TK 정서를 무시한 '막장 공천'을 하면서 민심이 들끓었지만, 4년 전 호남 민심이 민주당에 '회초리'를 들고 국민의당을 선택했던 것과 같은 '다른 선택지'의 부재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한 반감이 바람을 잦아 들게 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세돈 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지난달 매일신문과 인터뷰(관련 기사 : 신세돈 통합당 공동선대위장 "무소속 바람 크지 않을 것")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역민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고 정권교체를 위한 보수 대단결 요구도 커 무소속 후보들의 파괴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3일 오전 대구 북구 경대교사거리에서 북구갑에 출마한 무소속 정태옥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3일 오전 대구 북구 경대교사거리에서 북구갑에 출마한 무소속 정태옥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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