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쌍방향 수업? 우린 이렇게 합니다.'…대구 대건고와 김천 성의여고 사례

입력 2020-04-13 06:30:00

실시간 쌍방향 수업해야 학생부 기재 용이
대건고, 고3 대상 실시간 쌍방향 수업 중
구글 행아웃 플랫폼 활용해 수업 진행
성의여고, 전교생이 실시간 쌍방향 수업
줌과 구글 클래스룸 활용한 수업 시도

2020년 4월 대한민국 모든 학교는 온라인으로 개학한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9일 고3과 중3을 시작으로 일단 온라인 개학이 닻을 올렸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과제 수행 중심 수업 등이 교육부가 제시한 원격수업 유형이다. 이 중 선택해 진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현재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학교들로선 경험과 관련 인프라가 모두 부족, 진행하기 부담스럽다. 문제는 이 수업 시행 여부가 고3의 대입 준비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는 점. 당장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으려면 이 수업이 전제돼야 한다. 대구 대건고와 김천 성의여고가 어려움 속에서도 이 수업을 폭넓게 실시하는 이유다.

◆대건고, 변화에 빠르게 대처한다

원격수업 중 실시간 쌍방향 수업만 수업 태도와 참여도 등을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방식의 수업을 할 수 있는 학교, 지역와 그렇지 못한 곳 간 격차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대구 대건고의 수업 모습. 대건고 제공
원격수업 중 실시간 쌍방향 수업만 수업 태도와 참여도 등을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방식의 수업을 할 수 있는 학교, 지역와 그렇지 못한 곳 간 격차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대구 대건고의 수업 모습. 대건고 제공

대구 대건고(교장 이대희)는 9일 온라인 개학 후 모든 학생과 교사가 기본적으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한다. 이 수업에 참여하는 고3 학생 수는 284명. 61명의 교사가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학생들과 마주한다. 고1, 2도 이 방식을 시험 운영 중이다.

대건고 이대희 교장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통상적인 오프라인 수업 환경에 가장 근접한 방식이다. 수업에 대한 적극성이나 참여도를 높이는 데 다른 방식보다 유리하다"며 "질의·응답을 위한 플랫폼을 통해 교사와 학생 사이의 피드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오프라인 수업에서 경험하지 못한 학습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 방식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이 방식을 기본으로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과 과제 수행 중심 수업을 혼합해 진행한다. 다만 수업 도입부와 종결부에는 반드시 실시간으로 화상 대면, 출석 여부를 확인한다. 출결 관리의 일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교과목의 특성도 반영하기 위해서다.

준비 과정이 마냥 순탄했던 건 아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낯선 수업 방식이어서 수업 준비와 학습 태도 등을 재정립하는 것이었다. 다양한 매체로 수업을 진행해본 교사라도 실시간으로 원격 대면한 상황은 쉽게 익숙해지기 어려웠다.

학생 간 존재하는 원격수업 환경, 교사 간 플랫폼 활용 능력 격차도 문제. 학습 내용을 제대로 전달, 수용하고 수업에 잘 참여하는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이었다. 온라인 개학 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고민거리였다.

대건고는 일단 교과협의회를 통해 시연과 연수를 진행하면서 사용할 플랫폼(구글 행아웃)을 선정했다. 이어 전 교사를 대상으로 플랫폼 활용법 연수를 시행했다. 학교 내 모든 교실에 랜선과 와이파이 체계가 구축된 것은 도움이 됐다.

학생, 교사 모두 이 수업 방식에 대해 긍정적이다. 3학년 A군은 "약간 끊김 현상이 있긴 하지만 동영상을 보기에 큰 무리가 없다. 생각과 달리 집중도 잘 된다"고 했다. 3학년 담임을 맡은 B교사는 "생각보다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현재로선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최선이라 본다"고 했다.

이대희 교장은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다는 걸 생각하면 온라인 강의는 더욱 다양화해야 한다. 이번 개학이 콘텐츠 개발과 운영 경험을 쌓아갈 수 있는 기회다"며 "변화에 민감한 종(種)이 끝까지 살아남는다"고 했다.

◆성의여고,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

김천 성의여고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 중이다. 일찌감치 고교학점제를 대비해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며 구축한 인프라가 큰 도움이 됐다. 부족한 부분은 학교 구성원들의 협력으로 메워가고고 있다. 이곳의 실시간 쌍방향 수업 모습. 성의여고 제공
김천 성의여고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 중이다. 일찌감치 고교학점제를 대비해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며 구축한 인프라가 큰 도움이 됐다. 부족한 부분은 학교 구성원들의 협력으로 메워가고고 있다. 이곳의 실시간 쌍방향 수업 모습. 성의여고 제공

교육부는 최근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아니라도 학생부에 내용을 기재할 길이 있다고 밝혔다. 등교 개학 후 원격수업 당시 학생이 작성한 과제물 등을 활용해 수업하고, 이를 직접 관찰·확인한 경우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이건 새로운 묘안이 아니다. 그냥 '재(再) 수업' 얘기나 마찬가지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지 않아 그 내용을 학생부에 적을 수 없는 게 아쉽다면 등교 후 그 수업을 다시 해 학생부에 적으라는 말이다. 이런 식의 연계 수업 활동을 하려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김천 성의여고(교장 김광석)가 실시간 쌍방향 수업 방식을 도입한 이유 중 하나다. 또 다른 이유는 기존에 실시하던 학생 참여형 수업을 온라인상에서 적용하기 위해서다. 학생의 수업 참여도가 높고 과정형 수행평가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성의여고는 전교생 330명이 이 수업에 참여한다. 물론 이렇게 하기까지 쉽지는 않았다. 교사의 PC 사양을 높이고 학생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피드백'하기 위해 42인치 모니터를 연결했다. 스피커가 내장된 웹캠도 갖췄다. 학교 예산이 부족해 모니터와 웹캠은 대여했다.

실시간 원격교육 플랫폼으로 '줌'(Zoom)과 학습관리시스템(LMS)인 '구글 클래스룸'을 선정했다.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사용법에 대한 온라인 연수도 여러 차례 진행했다. 학교가 보유한 태블릿 PC를 희망 학생에게 대여하기도 했다.

학생과 교사들의 반응은 뜨겁다.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해 생긴 학업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많이 덜었다", "실제 학교 일과와 동일한 시간표대로 생활하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들 한다. 교사들은 학생과 바로 소통하며 수업의 효과를 높일 수 있어 반긴다.

다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용량이 큰 파일을 공유하거나, 선택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이 많아 접속자가 몰릴 경우 부분적으로 연결이 끊기거나 진행이 느려지기도 한다. 높은 사양의 PC, 교사의 음성이 또렷하게 들리도록 하기 위한 핀 마이크도 더 필요하다.

성의여고 김광석 교장은 "학생의 수업권을 보장하고, 학생부에 개개인의 특성과 진로가 반영될 수 있도록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준비한 것"이라며 "낯선 상황과 부족한 인프라 속에서도 학생이 먼저라는 생각 아래 교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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