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 원조 '갓갓'…경찰, '안 잡나 못 잡나?'

입력 2020-03-24 12:10:05 수정 2020-03-25 19:20:01

경찰청 "경북경찰청서 '갓갓' 유력 용의자 추적 중, 텔레그램 본사 협조 어려운 상황"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20대 남성 A씨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A씨가 텔레그램에서 유료로 운영한 이른바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20대 남성 A씨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A씨가 텔레그램에서 유료로 운영한 이른바 '박사방'이라는 음란 채널에는 미성년자 등 여러 여성을 상대로 한 성 착취 영상과 사진이 다수 올려졌다. 연합뉴스

텔레그램 'N번방'의 핵심 멤버이자 시초 격인 '갓갓'을 한시바삐 붙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N번방은 미성년자 등 여성을 성 착취하고 동영상을 촬영, 유포한 곳으로 전 국민 분노를 낳고 있다. 경찰은 그를 추적하며 해외 수사기관 공조도 받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23일 "최초 N번방 수사에서 운영자 닉네임 '갓갓'을 제외한 공범이나, 관련 영상을 다운로드한 사람 상당수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N번방', '박사방' 등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 수사를 벌여 지난 20일까지 124명을 붙잡고 18명을 구속했다. 이 과정에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씨의 신상도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경찰은 N번방 운영자 '갓갓'을 붙잡지 못한 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씨는 이른바 'N번방'의 갈래 사건 중 하나의 핵심 인물일 뿐이라는 지적이 높다.

갓갓은 지난 2019년 2월 텔레그램에서 단체 대화방 1~8번방, 일명 'N번방'을 만든 인물이다. 각 방에서는 피해자 3~4명씩, 모두 20~30명의 성 착취 피해 여성에게서 받아낸 불법 촬영 동영상을 유포했다. 이용자 수는 방 하나당 300~700명으로 알려졌다.

갓갓은 이렇게 만든 N번방을 2019년 2~3월 무렵 트위터 등 SNS에서 약 5만 원 이하 금액으로 판매했다. 이렇게 구매한 N번방 영상을 자신이 산 가격보다 비싸게 되팔이 하는 이들이 생기면서 N번방 자료 일부가 외부에 유출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갓갓'이 운영하던 N번방은 지난해 말 경기남부경찰청에 붙잡혀 구속된 닉네임 '와치맨'이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와치맨'은 지난해 2월 '갓갓'으로부터 N번방을 넘겨받아 운영하다가 돌연 자취를 감춘 인물이다.

와치맨은 블로그를 개설해 N번방에서 공유되던 불법 성착취물을 홍보하고 회원을 모아 영향력을 키웠다. 앞서 텔레그램에서 '(감)시자님'으로 통했으며 갓갓의 홍보 매니저 역할을 하다 운영까지 맡은 것으로 추정됐다.

SBS 8시 뉴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신상 공개. tv 화면 캡처
SBS 8시 뉴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신상 공개. tv 화면 캡처

닉네임 '박사'로 활동한 조주빈은 2019년 7월 '박사방'이라는 닉네임으로 N번방의 아류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을 만들고, N번방 운영자 '갓갓'이 유포하던 영상을 팔아 돈만 챙긴 후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같은 해 9월부터 닉네임을 '박사'로 바꾼 뒤 '박사방'을 개설해 갓갓과 같은 수법으로 자신이 직접 제작한 영상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여교사방', '여군방', '여경방', '여간호사방', '여중생방', '여아방' 등 가해자 성적 취향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방이 지속적으로 생기고 사라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핵심 인물인 '갓갓'은 경북경찰청이 유력 용의자 신상을 확보해 추적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갓갓'의 신원이 좁혀졌는지 묻자 "그렇게 알고 있다"면서 "사이버범죄는 차명·가명이 횡행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텔레그램처럼 불법 촬영 동영상 공유 매개로 쓰였다는 메신저 프로그램 '디스코드' 또한 범죄 관련성이 없는지 살피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자체 모니터링 등을 통해 '디스코드' 이용 아동성착취물 및 불법음란물 유통 사례를 확인해 수사하고 있다"며 "여성단체로부터도 다수의 제보를 접수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텔레그램과 디스코드 등은 모두 해외 메신저라 수사에 국제공조가 필요하다.

경찰청은 사이버안전국 내 '글로벌 IT기업 공조전담팀'을 신설해 해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디스코드의 경우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기업으로, 관련 절차에 따라 요청 시 자료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한국 경찰에 전했다.

다만 텔레그램은 그 본사조차 베일에 싸여 있어 텔레그램 측 협조를 구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텔레그램 측은 불법 동영상 삭제 등에는 협조하지만, 국제 수사기관들이 잇따라 회원 인적사항을 요구해도 이에는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텔레그램 본사 위치를 찾고자 미국 연방수사국(FBI)·국토안보수사국(HSI)에 협업을 요청한 상태고, 해외 주재관을 통해서도 확인 중"이라며 "만약 찾게 되면 외교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협조를 구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3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디지털 성범죄 N번방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3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디지털 성범죄 N번방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N번방을 비롯한 관련 대화방 참여자 등 '공범'을 처벌할지 여부를 고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 성착취물에 대해서는 소지만 해도 처벌할 수 있다"면서 "불법촬영물 관련해서는 소지로만 처벌하는 규정이 없으나 이것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음란물을 유포했다면 처벌할 수 있고 '나한테 넘겨봐, 딴데 보내봐' 이렇게 했다면 방조·교사죄가 될 수 있다"며 "면밀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N번방 핵심 인물과 참가자들의 신상을 모두 공개하고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4건이 이날까지 500만명의 국민 동의를 받았다. 청와대는 조만간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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