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초기 선별진료소 만들고 자가격리 시설·전담팀 운영해
보건의·간호사·공무원 구슬땀…확진 발생땐 24시간 검체 채취
요양시설 코로나19 집단 발병사태로 지역 감염을 우려했던 경북 봉화군에 단 한건의 지역 감염 사례가 발생하지 않는 기적 같은 일이 생겨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4일 해성병원 입원환자 2명과 22일 봉화군립노인전문요양병원 간호사 1명 코로나19 발병에도 두 개 병원 모두 추가 확진자는 제로(0)였다. 감염병 차단 방역에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는 봉화군만의 독특한 방역시스템을 들여다 봤다.
◆청정지역 봉화도 뚫려
지난 1월 19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 여성(35)이 국내 첫 코로나19에 확진되고 2월 19일 청도 대남병원에서 첫 사망자가 나오면서 국내 코로나19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조용하던 경북 최북단 산골마을인 봉화군도 코로나19 감염병에는 자유롭지 못했다.
봉화군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것은 지난달 27일. 대구에서 대학을 다니던 한 학생이 기숙사에서 감염돼 주소지인 봉화군으로 옮겨 오면서 경북도내 유일한 청정지역이던 봉화군의 방역시스템에도 비상이 걸리기 시작했다.
이런 봉화군에 코로나19 확진이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 건 지난 4일이다. 봉화군 춘양면 소재 푸른요양원에 입소해 있던 B(79)씨와 C(89)씨 등 2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요양원 입소자와 종사자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봉화군방역대책본부는 종사자와 입소자 117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에 착수했고 5일 봉화 해성병원에 입원한 푸른요양원 입소자 2명과 푸른요양원 종사자와 입소자 45명 등 47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어서 6일 2명, 7일 1명, 9일 1명, 10일 2명, 11일 2명, 12일 2명, 15일 1명, 17일 1명, 19일 4명, 20일 3명, 21일 1명 등 20명이 추가 확진되면서 푸른요양원 관련 확진자는 총 69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도내 의료원과 치료센터 등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으나 대부분 고령인데다 기저질환자들이어서 지난 7일과 11일, 17일, 20일, 22일 차례로 5명이 사망했다. 현재 치료를 받고 퇴원한 사람은 6명이다. 시설이나 자가격리 중인 종사자와 입소자는 모두 49명으로 이중 30명은 격리 해제됐다.

◆지역내 감염은 제로(0)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봉화군에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적 같은 일이 두차례나 일어났다. 지난 4일 시가지 중심에 자리한 봉화 해성병원에서 입원 환자 2명(푸른요양원 입소자)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제2의 대남병원 사태가 우려될 만큼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봉화군 전체는 불안과 공포, 근심과 걱정에 휩싸였고 방역당국은 발빠르게 해성병원 전 종사자와 입원환자 등 121명의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의뢰했다. 판정 결과는 모두가 '음성' 이었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봉화군 방역담당자, 병원 관계자, 지역 주민 모두는 "믿기 어려운 결과"라고 놀라워했다.

이런 기적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2일 안동시 정화동에서 봉화군립노인전문요양병원으로 출퇴근하던 간호사 A씨(45·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봉화군은 또 한번의 고비를 맞게 된다. 그러나 이 병원에 근무하는 종사자 85명과 입소자 161명 등 총 246명의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의뢰한 결과 모두가 '음성' 판정을 받았다. 두번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봉화군은 지역 감염 제로(0)라는 감염병 사상 유래없는 진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같은 성과는 봉화군의 발빠른 코로나19 초기 대응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봉화군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지난 1월 20일부터 봉화군보건소와 봉화해성병원 등 2개소에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같은달 27일 보건소내에 방역대책반을 꾸렸다. 31일 엄태항 봉화군수를 본부장으로 하는 봉화군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자가격리 시설 확보, 1대1 공무원 자가격리 전담팀 운영 등 체계적인 방역 시스템을 구축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왔다.
또 방역대책반은 유관기관과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노인복지관과 사회복지시설(거주시설)에 대한 출입통제, 전 종사자와 입소자 마스크 사용 의무화, 전통시장과 공공기관, 다중이용시설 임시 휴장·휴관, 주요시설 손소독제 비치, 유동인구가 많은 봉화시외버스터미널 등 4개소에 열화상카메라 설치 운영, 읍면 자율방재단 편성, SNS와 시내 전광판을 이용한 손씻기·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 수칙을 발빠르게 홍보했다.

이런 노력은 병원과 요양시설, 다중이용시설 등에 감염병 예방시스템을 조기 구축, 정착하는 계기가 됐고 지역내 감염병을 차단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숨은 영웅들의 힘
코로나19 지역내 감염 차단이란 성공 뒤에는 남몰래 묵묵히 땀 흘리는 숨은 영웅들이 있었다. "땀으로 흥건히 젖은 옷을 입은 의사, 고글 자국이 선명한 간호사, 방역복에 싸인 방역요원, 쉼없이 민원 대응에 나서는 감염팀, 출입이 통제된 격리자들의 밥 봉사에 땀 흘리는 자원봉사자, 전 군민들에게 마스크를 전달한 기탁자 …." 모두가 얼굴없는 천사였다.
선별진료소와 이동검체팀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와 간호사들은 코로나19 사투 현장의 숨은 영웅들이다. 검체팀은 의사 1명과 간호사 2명, 행정요원 1명이 한팀으로 구성돼 있다. 의사는 검체를 채취하고 간호사는 인적 사항 대조, 라벨링을 하며 의사를 돕는다. 이들은 하루 60여 명분의 검체를 채취하기도 한다. 11명의 공중보건의와 간호사들이 교대로 선별진료소와 이동검체팀, 역학조사팀에서 일하고 있다. 인구 3만5천인 봉화군에서 무려 1천274건의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푸른요양원과 해성병원, 봉화군립노인전문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을 때는 24시간 검체팀을 운영하며 신속하게 검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최석훈 봉화군 공중보건의 회장은 "힘들고 어렵지만 도와줄 수가 있어서 보람된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되도 오랜 세월동안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공공장소와 시가지를 돌며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봉화군 특별방역소독팀도 지역감염을 사전 차단하는 파수군이다. 이들은 남들이 기피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시설이나 격리시설, 확진자 동선 등에 우선적으로 투입돼 방역소독작업을 벌인다. 매일 시가지와 다중이용시설 등을 돌며 2회씩 방역소독작업도 벌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곳에는 무려 250회나 투입돼 소독작업을 벌였다.
주민들로 구성된 읍면자율방재단은 코로나19와 최 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민병대나 다름없다. 이들은 지난달 27일부터 코로나19 차단 방역을 위해 읍면별로 뜻을 같이 하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구성됐다. 소천면과 재산면을 시작으로 지난 3일까지 10개 읍면 전체에 자율방제단이 구성됐다. 회원들은 매주 3일간 지역내 관공서와 금융기관, 기차역, 버스터미널, 전통시장, 주거밀집지역, 다중이용시설 등 마을을 돌며 방역소독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용구 춘양면 지역자율방재단장은 "이렇게 나마 지역에 힘을 보탤 수 있어서 보람된다"며 "민관이 힘을 합쳐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엄태항 봉화군수는 "숨은 곳에서 묵묵히 일해온 의사와 간호사, 방재단원, 공무원,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봉사가 코로나19를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조기 종식과 차단 방역에 전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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