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로부터 칼럼 게재 1주일 전에는 항상 칼럼 원고 마감일을 상기시켜 주는 문자가 온다. 지난주에도 담당자의 원고 마감일 공지에 대한 문자가 왔다. 한 달 간격으로 쓰는 칼럼이지만, 칼럼이 게재되고 1~2주 정도 지나면, 으레 다음 칼럼의 원고 주제에 대한 생각을 항상 하게 된다. 고민할 것도 없이 지금의 이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이다.
매일 대구시에서 보내오는 안전 문자, 직장에서의 문자, 아이 학원에서의 문자, 이용하고 있는 헬스장·은행·기관에서의 문자, 타지 사람들로부터의 문자 등 모든 것이 코로나19이다. 모든 매체들과 이제는 편하게 차 한잔하기도 어려워진 지인들과의 문자도 모두 코로나19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코로나19 얘기를 꼭 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1주일을 칼럼 주제에 대한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다. 마감일이 눈앞이라 노트북을 펼쳐 놓고 원고를 작성하는데, 결국 또 코로나19 얘기로 시작하고 말았다. 상황이 언제쯤 정리될지 모르는 답답함에 서설이 길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에서의 선택은 시작(출생)과 끝(죽음) 사이에 놓인 것들에 대한 것뿐이다. 시작과 끝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종교가 존재하고 사람들의 삶을 이끌어가는 힘을 발휘하는 이유가 이 때문일 것이다.
방황하는 20대들이 신천지라는 사이비 종교에 빠져든다는 소식에 코로나 사태가 보여주는 우리 안의 정신적 항체의 결핍을 떠올렸다. 불확실하다. 그래서 불안하고 답답하다. 때로는 삶이 공허하다. 지금 우리 사회의 많은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이겨내기 위한 정신적·영적인 결핍감을 채워줄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찾고자 한다. 희망은 우리가 힘들어도 현재의 불확실성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항체이다. 희망이라는 항체가 없으니 사회적·정신적·영적인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바른 생각과 가치관, 신앙은 우리에게 사회적·정신적·영적 안녕을 가져다주지만, 잘못된 사고, 가치관, 신앙은 한 개인의 안녕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안녕까지 파괴시키고 있음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기존 종교도,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도 반성해야 할 지점이다.
1943년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이란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것 외에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히 좋은 상태'라고 정의했다. 이후 1998년 세계보건기구는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이라는 건강의 정의에 '영적 안녕'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추가하였다. 세계보건기구에서 건강한 삶의 조건으로 영성을 거론한 것이다. 영성이나 영혼의 문제가 종교의 전유물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영역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건강함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확장시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 준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육체적 건강이 손상되었고, 앞으로도 또 비슷한 바이러스 변종이 나타나 우리의 육체적 건강을 위협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인류의 역사에서 그러했듯이 바이러스를 조만간 극복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사회를 보면 비록 육체적 건강은 회복할지 몰라도, 바이러스의 위협 때마다 우리의 사회적·정신적·영적 건강은 나빠질 것 같은 예후를 보인다. 정신적·영적 건강을 호시탐탐 노리는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의 취약한 부분을 집요하게 공격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개인이나 집단이 우리 사회의 어떤 부분에 바이러스를 퍼뜨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우리는 또 다른 정신적·영적 팬데믹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머리카락 굵기의 300분의 1도 되지 않는다는 미세한 바이러스 하나가 대구·경북 지역을 사회적·정신적·영적 혼란 속으로 밀어 넣었다. 왕관이라는 뜻의 코로나…. 그 명예스러운 이름과 달리 코로나는 우리를 공포와 불안에 휩싸이게 만들고 있다. 폭군의 왕관인지 모르겠다. 폭군의 왕관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은 혁명이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정신적·영적 혁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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