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일상 독서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입력 2020-02-03 06:30:00

책을 읽거나 책 얘기하는 걸 '멋지지 않다'고 생각하는 시대입니다. 그 영향인지 국어 교과서의 '독서의 본질'이나 '독서와 가치'에 관한 부분은 갈수록 분량이 길어집니다.

그런데, 독서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경험인지 알려주기에는 여전히 많은 책들이 너무 엄숙하고 진지합니다. 갈수록 독서에서 멀어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독서가 정말 멋지다는 걸 알려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 일상 독서가, 책 속에서 즐거움을 발견하는 사람

조르쥬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 대한 비평 수업. '카르멘'의 갈등을 젠더와 미디어 이슈로 풀어내기 위해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과 관련지어 읽고, 계급 문제로 해석하기 위해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의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죽음'이 활용됩니다.

세 가지 텍스트에 대한 읽기 경험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 수업은 IB(국제 바칼로레아)로 유명한 영국의 한 고등학교 영어 수업에서 실제 진행된 내용입니다. 학생들이 늘 책을 읽고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하는 일상 독서가가 아니라면 시도하기 힘든 활동입니다.

일상 독서가는 늘 책을 찾아 읽고 책 속에서 지혜와 즐거움을 발견하는 사람입니다. 일상 독서가가 되기 위해서는 책에 대한 엄숙주의를 내려놓고 책 그 자체에 대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징검다리가 필요합니다.

제인 마운트의
제인 마운트의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표지.

앞서 소개한 영국의 학교처럼 높은 수준의 내용을 처음부터 시도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합니다. 미국의 일러스트레이터 제인 마운트의 책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이 그 징검다리로 꼭 알맞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bibliophile(비블리오필)', '애서가'라는 뜻입니다. 글로 된 내용을 읽는 것만이 책을 사랑하는 방법이라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펼치는 순간 마법 같은 경험을 선사합니다.

책이 담고 있는 것은 손으로 정성껏 그린 아름다운 책 표지와 책 등을 그린 '책 초상화'입니다. '우리가 사랑한 책들', '사랑받는 서점', '장르별 책 소개'와 같은 큰 줄기 아래에서 책을 둘러싼 장소, 사람, 동물 이야기가 가지처럼 뻗어 있습니다.

책을 소개하는 자료에서 잘 언급되지 않는 표지 디자이너나 삽화가에 대해 꼼꼼하게 언급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물성을 지닌 도구로써 책이 지닌 아름다움을 이렇듯 정성을 다해 소개한 책을 통해 처음 만나는 책과도 금세 사랑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 유튜브 시대의 독서

궁금한 것도, 필요한 지식도 모두 유튜브에 검색해 영상으로 보고 배우는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집중하고 노력하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를 편하게 볼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제공하는 플랫폼을 두고 책을 읽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 비효율적인 일일 수 있습니다.

김겨울의
김겨울의 '독서의 기쁨' 표지.

하지만 유튜브가 대세인 이 시대에 '직접 읽은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직접 읽으면' 얼마나 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을지 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독서 관련 채널 '겨울서점'을 운영하는 김겨울입니다.

작가는 북튜버로 활동하기 전부터 독특하고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인디 가수로도 활동했고 작은 방송국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세상에 대해 다양한 관심을 가진 그에게 독서란 끊임없이 즐거움을 찾는 과정입니다. 책 '독서의 기쁨'은 작가가 유튜브 채널에서 보여준 책을 둘러싼, '덕업일치'의 현장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그가 책의 내용을 소개하거나 추천하는 방법은 놀랍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굿즈를 받기 위해서 금액을 맞추어 주문한 내용을 고백하고, 배달된 책 택배 상자를 뜯어보는 '언박싱'을 진행합니다.

친구와 북페스티벌을 찾아 생생한 소식을 전하기도 하고, 책에 밑줄을 그을 때 사용하면 좋은 연필을 소개하는 데 많은 공을 들입니다. 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많은 분들께 독서가 얼마나 흥미롭고 기쁜 행위인지 잘 보여주는, 이 책의 일독을 권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인생을 가꾸는 일은 닿을 수 없는 과제처럼 느끼고, 삶의 질서를 완전히 바꾸어놓을 모험도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삶의 해법은 삶을 잘 가꾸는 기술을 찾는 것입니다. 독서를 통해 그 기술을 단련하시길 권합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