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배 다니며 음주, 마음 흐트러져…초하루 제사는 섣달 그믐에 지내"
한국국학진흥원, 선비 일기 통해 사라진 섣달 그믐 제사 풍속 등 소개
조선시대 선비들은 정월 초하루를 어떻게 지냈을까? 설 명절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의 우리 모습과는 어떻게 다를까? 한국국학진흥원이 조선 선비들의 일기를 토대로 '정월 초하루 나기'를 소개해 눈길을 끈다.
권상일(1679~1759년)은 '청대일기'에 정월 초하루가 아닌 설 전에 '가묘'(家廟)에 제사를 지냈다고 적었다. 설날 아침에 제사를 지내면 세배 다니느라 세주(歲酒)를 마셔서 마음이 흐트러지기 때문에 정월 초하루 제사(正朝祭祀)는 섣달 그믐에 지내고, 설날에는 아침 일찍 떡과 탕을 마련해 차례를 지내는 것이 온당하다고 했다.
장흥효(1564~1633년)는 '경당일기'에서 "과음으로 심지(心志)를 어둡게 했고 위의(威儀)를 잃었다"고 반성하며 인간적 면모를 드러냈다.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다 과음을 하면 제아무리 선비여도 행동이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김광계(1580∼1646년)가 쓴 '매원일기'(梅園日記)에는 "1610년 경술년 새해가 됐지만 집안에 역질이 돌아 제사를 지내지 못하고 형제들이 사당을 보며 참배만 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조선시대 선비 가운데 과거시험을 앞두거나 집안 대소사를 치르는 중요한 시기는 물론이고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점을 치는 이들이 있었다. 보통 '주역'(周易)의 괘를 맞추는 시초에 기반한 점을 쳤는데, 새해 복운을 기원하며 신년 운세를 볼 때도 '시초점'(蓍草占)을 활용했다. 1846년 서찬규(1825~1905년)는 정사년 설날을 맞아 닭이 울 무렵 조모와 부모님께 세배하고, 차례를 지낸 뒤 점을 친 내용을 '임재일기'(林齋日記)에 적어 놓았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주역 괘를 그림과 해설로 쉽게 풀이해 점을 치도록 만든 '화주역'(畵周易) 2책(乾·坤)도 최초로 공개했다. 이 책은 흥해배씨 임연재 종택에서 2015년 7월에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한 자료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마을마다 젊은이들이 어르신들께 세배를 드리면서 공동체의 안녕과 복을 기원했다"며 사라져버린 전통 정월 초하루나기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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