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라벤나의 모자이크 - 조수정 교수

입력 2019-12-30 14:23:36 수정 2020-03-09 13:07:42

그리스·로마 그리스도 전례 위한 영적 공간 만들기 적합했던 매체, 작은 조각들 모여 하나의 의미 만들어

조수정 대구가톨릭대 교수
조수정 대구가톨릭대 교수

이탈리아 북동부의 산 비탈레 성당

장엄하고 화려한 모자이크로 유명

조각들 모여 전체의 그림 완성하듯

내년엔 우리도 조화롭게 어울려야

이탈리아 북동부의 도시 라벤나(Ravenna)는 인구 16만 명이 채 안 되는 자그마한 도시이지만, 여느 대도시 못지않은 풍부한 역사적 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태동한 단테(Dante Alighieri·1265~1321)가 생을 마감해 묻힌 묘소가 유명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장소가 여덟 군데나 있다. 산 비탈레(San Vitale) 성당, 갈라 플라키디아 영묘(the Mausoleum of Galla Placidia),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Sant'Apollinare Nuovo) 성당, 아리우스파 세례소(the Arian Baptistery), 정교 세례소(the Orthodox Baptistery), 테오도리쿠스 영묘(the Mausoleum of Theodoric), 그리고 성 아폴리나레 인 클라쎄(Sant'Apollinare in Classe) 성당 등은 유럽 역사 연구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라벤나의 문화유산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산 비탈레 성당이다. 6세기에 완성된 이 건축물은 우선 생김새부터가 눈길을 끈다. 팔각형 몸통 위에 돔(dome·둥그런 지붕)이 얹혀 있어서 이탈리아의 어느 건물과도 비슷한 구석이 없고 그래서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삼각형 지붕에 길쭉하고 네모난 모양의 바실리카를 짓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건물 형태는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것일까?

당시 비잔티움의 황제는 유스티니아누스 대제(Justinianus·482~565)였는데, 그는 옛 로마제국의 영토를 탈환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진격하였고, 이때 비잔티움의 건축양식이 이탈리아에 도입되었던 것이다. 산 비탈레 성당은 비잔티움 양식을 따라 건물의 외관은 수수하나 내부는 대리석과 모자이크로 장엄하고 화려하게 장식되었다. 내부로 들어서면 명상적이고 무언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데, 높이 솟아 오른 돔과 벽면을 가득 채운 수많은 작은 유리 조각들의 반짝거림, 그리고 영롱한 색채는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운 강한 인상을 남긴다.

모자이크란 다양한 색깔의 돌이나 도자기, 유리, 타일, 조개껍데기 등으로 만든 작은 조각들을 회반죽이나 시멘트, 모르타르 등으로 표면에 눌러 붙여서 만드는 그림이다. 따라서 무수한 조각을 끼워 넣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재료의 특성상 변색이 적고 내구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원 상태가 오래 보존되는 장점이 있다. 최초의 모자이크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기원전 6세기경부터 그리스에서는 백색과 흑색의 자갈을 바닥과 도로 포장에 사용하기 시작했고, 로마인들도 모자이크를 광범위하게 사용하였는데, 특히 건물의 바닥 장식으로 많이 이용했다.

모자이크는 비잔티움 시대에 전성기를 이루어, '이콘'(icon)과 더불어 비잔티움 미술의 대표적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기법과 소재 면에서 비약적 발전을 이루어 다양한 색깔의 불투명 유리 소재를 개발했고, 금박을 넣은 유리 테세라(tessera·모자이크 조각)도 사용해 모자이크에 화려함을 더했다.

테세라의 배열은 표면을 평평하게 맞추는 방식을 따르기도 하지만, 각각의 테세라가 빛을 가장 잘 반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끼워 넣어 모자이크 표면에 요철이 생기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빛은 모자이크 표면 위에서 여러 각도로 반사돼 다양하고 섬세한 색채로 더욱 반짝이는 효과를 낸다. 당시 모자이크는 그리스도교 전례를 위한 영적인 공간을 만드는 데 가장 적합한 매체였다.

모자이크는 조각 하나만을 보아서는 명확한 의미를 알 수 없지만, 조각들이 모여 전체를 완성하면 작품의 의미가 드러난다. 우리 사회도 모자이크처럼 구성원 각자의 모양도 다르고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도 다르지만, 그것이 분열과 대립의 이유가 아니라, 조화롭게 어울려 거대한 그림을 이루는 긍정적 요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새롭게 완성될 2020 경자년의 모자이크에 희망을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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