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1m·손개표 회귀?…'선거 대란' 현실화

입력 2019-12-27 17:58:58 수정 2020-01-30 16:56:54

선거법 통과 내년 총선 혼란 우려…비례 의석 노리는 소수 정당 100곳 난립할 수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3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3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판하는 동안 성동규 여의도연구원장이 '100개 정당을 가정해 무려 1.3m에 달하는 가상의 투표용지'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7일 통과된 가운데 내년 총선이 사상 유례없는 '대혼란의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역구 선거에서 표를 많이 얻을 가능성이 큰 여당과 제1야당에 대해서는 비례대표 표 획득을 사실상 막음으로써 비례 의석을 노린 소수 정당이 난립할 수 있는 길을 전면 개방, 최대 100곳넘는 정당이 내년 총선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예측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전자개표가 불가능한 1m 넘는 투표용지가 등장할 경우, 투·개표 관리에 엄청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수개표(手開票) 진행 시 개표시간 지연, 투표 결과에 대한 불복 사태가 속출할 가능성도 나온다.

현재 선관위에 등록된 정당만 34곳으로 창당준비위원회에 신고를 마친 예비 정당 16개까지 포함하면 모두 50곳에 이른다. 총선이 임박할수록 군소 정당 수가 더 늘어나는 예전 관행을 봤을 때 내년 총선에서는 사상 유례없는 숫자의 정당이 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23일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이 날치기 처리되면 비례를 노리는 100개 이상의 정당이 우후죽순 생겨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당 창당 및 후보 출마와 관련한 조건을 규정한 현행법이 비록 높은 진입 장벽(5개 이상의 시도당을 가질 것·각 시도당은 1천명 이상의 당원을 가질 것 등)을 갖고 있지만 SNS의 발달로 인적 정보 공유가 예전보다 훨씬 쉬워진 점을 감안하면 창당 과정의 높은 문턱도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창당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후보를 내기 위해선 공직선거법이 규정한 기탁금(비례대표 후보를 내기 위해서 정당은 1인당 1천500만원의 기탁금을 내야 함)이 필요하지만 소속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명부에 함께 올라간 다른 사람 1명 이상만 당선되면 이 금액은 돌려받는다.

이런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개정에 따라 예측되는 변화를 고려해 대비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사상 유례없이 많은 정당이 난립할 경우, 선거관리에 큰 어려움이 예상되는 탓이다.

일단 투표용지가 너무 길어져 투표용지분류기(전자개표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부분부터 선관위는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현재 선관위가 운용 중인 기계로는 34.9㎝보다 긴 투표용지는 개표할 수 없다. 총선 전에 새로운 개표기를 도입하기도 어렵다. 경비 마련이 불가능하고 기술 검토 등에도 긴 시간이 걸리는 탓이다.

투표용지가 길어져 전자개표가 불가할 경우 20년 만에 수개표로 돌아갈 수도 있다.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엔 개표 인원들이 직접 손으로 개표했고, 2002년 제3회 지방선거부터 전자개표기가 도입됐다.

논란이 생기겠지만 선관위가 고육지책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 투표용지 길이를 줄이기 위해 투표용지 각 칸과 여백의 크기를 최대한 조정하는 것이다.

선관위 한 관계자는 "선관위가 어느 정도 선까지는 각 칸의 크기를 줄여 전자개표가 가능한 투표용지 안에 다 넣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노년층 등의 반발을 부를 우려가 크고 무더기 무효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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