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회 부술까? 보존할까?
22일 대구시청 신청사 이전 예정지로 대구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자리가 선정됐다.
대구시에 따르면 신청사는 2025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현재의 대구시청 본관은 앞으로 5~6년만 청사로 쓰이게 된다. 이는 북구 산격동 옛 경북도청 자리에 위치한 대구시청 별관도 마찬가지.
이에 따라 현 대구시가지 곳곳도 이런저런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 시청 인근과 구 시청 인근이 말이다.
예상되는 변화상을 정리해봤다.

◆대구 2호선 감삼역, '시청역' 될까?
서울, 부산, 대전에는 있고 다른 지역에는 없는 도시철도역(또는 지하철역)이 있다. 바로 '시청역'이다. (물론 인천시청역, 수원시청역, 의정부시청역, 부천시청역, 시흥시청역, 하남시청역, 김해시청역, 시청.용인대역 등으로 시청 지명을 표현한 역들도 있긴 하다. 그냥 '시청역'은 단 3곳뿐이다.)
대구의 경우 현 대구시청 본관 주변에 1호선 중앙로역·대구역·칠성시장역, 2호선 경대병원역, 그리고 1·2호선이 교차하는 반월당역 등 모두 5개 도시철도역이 있다. 분명 시청 인접역이지만, 시청역이라고 이름을 붙이기에는 거리가 애매하다. 가령 대구시청 서편 중앙로역은 정말로 중앙로 한복판에 있고, 대구시청 북서편 대구역도 기차역인 대구역 바로 지하에 있다. 대구시청에게 이름을 내어 줄 이유가 딱히 없다.
그런데 대구시청 신청사가 옛 두류정수장 자리에 건립될 경우, 바로 북쪽에 2호선 감삼역이 있어 눈길을 끈다. 시청역으로 이름을 바꿀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여서다.
감삼역은 위치가 딱 대구시청 입구이다. 옛 두류정수장 자리 맨 북쪽에서 감삼역까지 직선 거리가 200여m에 불과하다. 감삼역은 가까이에 대구를 대표하는 공공기관인 대구시청 신청사가 오는만큼 시청역으로 이름을 바꿀 명분이 생긴다.
선례가 있다. 부산시청 앞 부산도시철도 1호선 시청역은 부산시청이 1998년 인근에 옮겨오기 전까지 연제역이었다가 '연제(시청)'으로, 이어 '시청(연제)'로 역명이 거듭 바뀐 바 있다.
부산까지 갈 것도 없이 최근 대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2017년 대구 동구청 바로 남서편 1호선 큰고개역이 동구청 요청으로 동구청역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대신 이용객들의 혼동을 방지하고자 '괄호' 안에 기존 역 이름이 들어간 바 있다. '동구청(큰고개)', 이렇게 말이다.
이들 사례를 참고해보면, 감삼역 역시 향후 '시청(감삼)' 내지는 '감삼(시청)'으로 개명할 가능성이 꽤 있어 보인다.
또는 인천(인천시청역)의 예처럼 대구시청역도 가능하다. 용인(시청.용인대역)처럼 2개 지명을 합친 역 역시 가능하다.
그러나 이들 역명은 환승으로 서로 연계된 지하철 노선상에 다른 시청역이 먼저 들어섰기 때문에(인천시청역의 경우 서울의 시청역이 먼저, 김해시청역의 경우 부산의 시청역이 먼저), 중복을 피하고자 좀 더 구체적으로 명명된 맥락에 있다. 대구의 시청역은 그럴 필요가 없다.

◆감삼네거리→시청네거리? vs 쓰던대로
감삼역과 함께 개명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따져볼 수 있는 게 바로 감삼역 지상 달구벌대로의 '감삼네거리'이다. 그러니까 감삼역과 감삼네거리는 지하·지상의 세트인 셈인데, 감삼역이 시청역이 되면 감삼네거리 또한 시청네거리로 바뀔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혼동 방지를 위한 병기도 가능해 보인다.
반대의 이유로 바뀔 수 있는 명칭도 있다. 바로 현 대구시청 본관 바로 남서편 '시청네거리'이다. 이름을 바꾼다면 동네 이름을 따 새로운 '네거리'가 되거나(참고로 대구에서는 '사거리'는 잘 안 쓴다), '구 시청네거리' 식으로 혼동을 막으면서 길거리에 과거도 기록하는 개명이 가능하다.
그런데 광주의 사례를 보면, 안 바뀔 수도 있다. 원래 광주시 동구 계림동에 있었던 광주시청이 2004년 상무지구로 이전한 후 그 자리에는 홈플러스 계림점이 들어섰는데, 그 바로 북서편 사거리 이름이 여전히 '시청사거리'이다.
그보다 앞서 1969년 계림동으로 옮기기 전까지 광주시청이 있었던 광산동에는 '구시청사거리'가 존재한다. 참고로 구시청은 광주에서 젊은이들이 먹고 마시러 갈 때 "상무지구? 구시청?" 식으로 고민하는 선택지 중 하나이다. 일대 프랜차이즈 가게들에는 '구시청점' 같은 명칭이 꽤 붙는다.
그렇다면 상무지구에 위치한 현 광주시청 인근 사거리 이름은 뭘까? '시청앞사거리'이다. 이렇게 과거와 현재의 시청 인근 3곳 사거리 '명칭'에 대한 교통정리가 잘 이뤄진 것이긴 한데, 타 지역 사람이 광주를 방문한다면 좀 헛갈릴 수도 있어 보인다.

아무튼 광주가 그랬듯이, 대구의 시청네거리도 대구시민들에게는 퍽 익숙하기 때문에 바꾸면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냥 그대로 쓰일 가능성이 꽤 있어 보인다. 이럴 경우 감삼네거리도 시청'앞'네거리가 되거나, 어떻게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쓰이는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예상할 수 있다.
◆대구시·대구시의회 모두의 고향 "부술까? 보존할까?"
대구시의회 청사의 운명도 주목된다. 앞서 신청사 유치전에 나섰던 4개 구·군 가운데 중구의 경우 현 대구시청 본관은 20층 민관복합개발 건물로 증축을 하지만 대구시의회 청사는 놔둔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달서구로 신청사가 가면서, 현 대구시청 본관 및 대구시의회 청사를 어떻게 처리할 지가 고민거리로 떠오르게 됐다.


여기서 두 건물의 가치를 따질만하다. 대구시의회 청사는 원래 대구시청이 처음 들어선 의미가 있는데다, 지방자치제 부활 후 대구시의회가 처음 따로 갖게 된 건물이기도 하다. 즉, 대구시와 대구시의회 모두의 소중한 옛집이다.
아울러 1956년에 세워져 나이가 60대 중반이 됐는데, 막내가 일제강점기 건축물인 등록문화재들과 비교하면 어리긴하지만 1930~40년대에 지어진 건축물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사례가 꽤 있는 것과 비교하면 나이 차이가 그리 많이 나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요샌 근대는 물론 산업화 시기 현대까지 범위를 뒤로 당겨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을 발굴 및 보존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대구시의회 청사는 딱 그 대상이다.
1993년에 세워져 26년이 된 대구시청 본관은 다른 개발을 위해 부수더라도 아깝지가 않은데, 그 어머니 격인 대구시의회 청사는 보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향후 대구시 100주년 및 대구시의회 100주년을 기념할 때 행사 장소로 쓰고 영상에도 담을 잘 보존한 옛집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갈릴 수 있는, 지자체의 '품격'도 생각치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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