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대구에서 창업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19-12-23 18:30:00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12월만큼 차가운 불경기다. 동성로를 걷고 있으면 무서운 생각이 들 정도다. 목 좋은 자리에도 가게들이 버티지 못하고 나간다. 동성로는 다음 가게의 임차가 매우 빠른 곳이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여전히 '임대' 전단이 간절하게 붙어 있다. 단순히 불경기인 탓일까? 혹시나 필자의 주관성이 관여한 걱정일까 봐 통계를 찾아봤다.

대구의 거리가 왜 이렇게 조용해진 걸까? 동북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대구경북을 떠난 순 유출 인구는 2만2천153명이라고 한다. 매주 이틀 정도 서울 출장을 다니는 필자는 이 통계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 서울은 어느 지역을 가나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다닌다. 카페엔 비즈니스 얘기를 하는 손님들도 북새통이다.

돈이 도는 곳에 사람이 돈다. 돈은 사람의 피와 같은 역할을 하므로 돈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생존본능이다. 필자가 대구에서 창업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구인이었다. 분명 이력서에는 대구 지역의 대학을 졸업한 친구였는데 전화를 해보면 서울에서 일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취업한 이유를 묻자 무서운 대답이 돌아왔다.

"대구에서 5년 일한 것보다 서울에서 3년 일한 걸 더 큰 경력으로 쳐줍니다." 첫 구인활동에서 이런 일을 겪으니 대구에서 창업이 녹록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서 고생을 자처했다. 무료 광고 아카데미를 열어서 대구의 대학생들을 가르쳤다. 서울에는 이런 광고 아카데미가 많지만 대부분 유료이다. 서울에서 태어나지 않은 죄(?)로 한 번 서울서 교육을 받으려 하면 20만~30만원은 그냥 써야 할 판이였다.

남들은 무료 아카데미에 대해 공익적인 활동이라 우리에게 박수를 보냈다. 물론 그런 의도도 있지만 고백하자면 지역에서 창업하고 설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컸었다. 공부하는 곳은 대구지만 돈 벌러 가는 곳은 서울이라면 지역 기업의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불 보듯 뻔했다. 물론 아카데미 수료생 1기 학생들은 대부분 서울에 취업했다. 서울 출장 때 만난 수료생은 "소장님, 저는 이번 달에 20만원 저축하는 게 목표에요"라는 슬픈 다짐을 말했다. 서울에서 월세, 생활비를 내고 나면 박봉일 것일 뻔한 초봉 급여가 남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칼럼의 제목을 대구에서 창업해야 하는 이유라고 쓴 건 그것이 더 균형 잡힌 나라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경제 생태계는 몹시 불균형하다. 서울은 비만이고 지역은 말라비틀어지고 있다. 물론 지역의 불리한 판을 뒤집는 건 쉽지 않다. 당신이 서울이 아닌 대구에서 창업한다면 몇 배로 더 뛰어다녀야 한다. 더 고생해야 한다. 필자 역시 지역에 기반을 둔 활동을 펼치다 보니 망할 위기를 많이 겪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버티니 대구에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렇게 되니 다른 지역에서 광고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인천시교육청부터 제주지방경찰청까지 일주일의 일정이 타지 출장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대구에서 창업 후 쌓아온 포트폴리오가 다른 지역에 진출할 때 큰 도움이 된 것이다. 사업이 지역에 국한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더 큰 비즈니스를 꿈꾸게 되었다. 바로 지역 구분이 없는 온라인 사업의 진출이다.

온라인 광고 백화점을 만들어 자고 있을 때도 광고가 팔리는 구조를 꿈꾸고 있다. 일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말이다. 지역에서 창업하라는 말은 무수한 리스크를 안고 있는 말이다. 하지만 리스크가 없는 곳엔 열매도 없다. 지역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성공할 수 없다면 서울에서도 성공할 수 없다. 한계를 느끼고 생존을 고민하라. 그때 그 기업의 진정한 가치가 발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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