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공룡 사생활의 블랙박스가 열렸다!

입력 2019-12-23 18:30:00

공룡 똥 화석을 분석하면 초식인지 육식인지부터 그 공룡이 살았던 당시의 주변 환경생태를 엿볼 수 있다.
공룡 똥 화석을 분석하면 초식인지 육식인지부터 그 공룡이 살았던 당시의 주변 환경생태를 엿볼 수 있다.

공룡 똥을 샀다.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작은 기념품 가게 안을 둘러보다가 공룡 똥 화석이 있어서 얼른 하나 샀다. 몽글몽글한 덩어리들이 길게 뭉쳐져 있는 모양인데 이것이 진짜 공룡 똥이 맞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설명서가 함께 놓여 있었다. '똥'을 돈 주고 사서 이렇게 기뻐하기는 처음이었다. 공룡 뼈 화석은 많이 발굴되지만 공룡 똥 화석은 좀처럼 발견되지 않아서 나름 인기 있는 아이템이다.

공룡 똥 화석은 경매에서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팔리기도 하고 심지어 미국에서는 목걸이나 귀걸이로 만들어 팔기도 한다. 이보다 한 술 더 떠서 공룡 똥을 포함해서 온갖 종류의 동물 똥 화석을 모은 사람도 있다. 그는 미국 플로리다의 조지 프란젠이라는 사람인데 1,277개의 똥 화석을 모은 공로를 인정받아서 2017년에 기네스 신기록에 등록되었다.

또한 개인적인 취미 활동을 넘어서 허구한 날 공룡 똥 속만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열심히 찾는 과학자들도 있다. 이들이 찾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공룡의 똥 화석은 공룡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블랙박스이다.실제 공룡똥 화석.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공룡의 똥 화석은 공룡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블랙박스이다.실제 공룡똥 화석.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공룡 똥에서 무엇을 찾았을까?

세상에서 가장 긴 공룡 똥 화석이 경매에 올라왔다. 이것은 길이가 무려 1 미터나 되는데 2012년에 미국 워싱턴주에서 발견되었다. 이후 2014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경매에 올라와 일천만원 정도에 팔렸다. 이렇게 큰 돈을 주고 산 것을 보면, 이것을 산 사람의 눈에는 똥이 아니라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으로 보였나 보다.

이 화석은 경매에 올라오기 전에 먼저 과학자들에 의해서 철저한 조사를 받았다. 보통 동물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섭취하는 먹이와 건강상태 및 생태환경 등을 알기 위해서 종종 동물의 똥을 분석한다. 이처럼 공룡 똥 화석을 분석하면 초식인지 육식인지부터 그 공룡이 살았던 당시의 주변 환경생태를 엿볼 수 있다.

덩치가 집채만한 브라키오사우루스 같은 공룡은 하루에 100 킬로그램 이상의 음식을 매일 먹어야한다. 따라서 배출되는 배설물의 양도 엄청났을 것이다. 그런데 그 많던 공룡 똥은 다 어디로 갔을까? 동물의 배설물은 곤충이나 박테리아 등에 의해서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화석으로 남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공룡 똥 화석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처럼 희귀한 공룡 똥 화석에서 과학자들은 최근에 놀라운 것들을 발견하고 있다.

인도 중부에서 발견된 공룡 똥 화석 속에는 다섯 종류의 풀과 다른 식물의 미네랄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미국 유타에서 발견된 공룡 똥 화석 속에는 나무 섬유질, 조개껍질, 게와 랍스타 부스러기들이 들어있었다. 또한 스웨덴과 프랑스 공동연구팀은 공룡 똥 화석 속에서 딱정벌레와 물고기 및 조개 조각들을 찾아냈다.

이러한 발견을 통해서 물가에 사는 공룡들이 물고기나 조개와 랍스타 등을 잡아먹고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공룡이 살았던 시대에 함께 살았던 다양한 식물과 동물의 생태도 함께 볼 수 있어서 과학적인 가치가 높다.

◆공룡 오줌 화석도 있을까?

공룡 '똥' 화석이 있다면 '오줌' 화석은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오줌을 누면 물처럼 흘러가 버리기 때문에 화석이 될 수 없을 것만 같다.

보통 화석이라 하면 공룡 뼈와 같은 생물체가 변한 화석과 공룡 발자국과 같은 흔적이 남은 화석으로 구분된다. 그러니까 공룡 똥 화석과 공룡 오줌 화석은 흔적화석에 해당된다. 고운 흙에 빗방울이 떨어져 만들어진 빗방울 흔적화석도 발견되는 것을 보면 공룡 오줌 화석도 존재할 것 같다. 또한 그 많던 공룡들이 매일 시원하게 여기저기 볼일을 보았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 공룡 오줌 화석이 무척 많을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공룡 오줌 화석을 발견하기란 공룡 똥 화석을 발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지금까지 공룡 오줌 화석이라고 알려진 것은 전 세계에서 딱 두 개 발견되었다. 하나는 미국 콜로라도 라준타 지역에서 발견된 것으로 2002년에 보고되었다. 이 화석은 길이가 3 미터이고 폭이 1.5 미터이며 깊이가 25 센티미터 크기이다. 다른 하나는 브라질의 파라나 유역에서 발견된 것으로 2004년에 보고되었다. 이 화석은 특히 공룡 똥 화석과 함께 발견되었으며 브라질 연구팀에 의해서 지금도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공룡 오줌 화석은 무척 크다. 그 화석을 만든 주인공 공룡의 크기가 얼마나 클지 상상이 된다. 세상에는 이렇게 쓸 데 없는 것처럼 보이는 공룡 오줌 화석을 찾아내고 연구해서 논문도 쓰는 과학자들도 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살점과 혈관을 발견했다!

메리는 실험실에서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고서 어쩔 줄을 몰랐다. 공룡 화석 조각을 산성용액에 넣어버린 것이다. 이내 산성용액이 화석의 미네랄 성분을 녹여 버렸다. 그래서 그 용액 안에는 아무것도 없어야 하는데 무언가 부드러운 살점 같은 것이 보였다. 이 화석은 6800만년이나 오래되었다는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이기 때문에 말랑말랑한 조직이 남아있다는 것이 말이 안되었다.

그렇지만 현미경으로 그 조직을 관찰했을 때 그것은 분명한 티라노사우루스의 부드러운 살점 조직과 혈관 조직이었다. 이것이 미국 노스캐롤리나주립대학의 메리 슈바이처 박사가 세계 최초로 공룡 화석에서 부드러운 조직을 발견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2005년 사이언스 학술지에 이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전 세계적인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비판적인 과학자들은 생체조직은 아무리 길어도 100만년을 넘게 유지되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공룡 화석이 오염되었거나 화석 연대계산이 잘못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리 슈바이처 박사 연구팀은 계속해서 공룡 화석에서 부드러운 생체조직을 찾아 나섰다. 이번에는 8000만년 전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초식공룡인 브라키로포사우루스 화석을 조사했다. 이 화석에서 단백질의 구성성분인 아미노산을 발견해서 2009년에 사이언스 학술지에 발표했다. 또한 이 화석에서 2017년까지 8개 단백질 조각의 아미노산 서열도 발견되었다.

그 옛날에 살었던 공룡의 똥 화석은 공룡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블랙박스다. 이제 이 블랙박스가 열렸으니 앞으로 더 놀라운 발견들이 이어질 것이다. 그 당시 공룡들이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어떤 식물과 동물들이 함께 살았는지, 기후는 어떠했는지 등에 대해 밝혀질 것이다. 또한 공룡 화석에서 살점과 혈관 및 혈구 등이 발견되어 정밀하게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제 머지않아 우리 앞에 진짜 모습을 드러낼 공룡의 실체는 어떤 모습일지 더욱 궁금해진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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