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치과 응급환자 참거나 원정 가거나…치과병원 응급실 규정 無

입력 2019-12-20 06:30:00

경북대병원 응급실에 치과 전공의 나가 당직 진료…"치과병원 내 응급실 운영 정부 지원 필요"

경북대치과병원 전경. 경북대병원에서 독립법인으로 분리되어 나왔지만 자체 응급실, 수술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경북대치과병원 전경. 경북대병원에서 독립법인으로 분리되어 나왔지만 자체 응급실, 수술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에 치과 응급실이 한 곳도 없다니 말이 됩니까?"

지난 14일 토요일 밤, A(39)씨는 집에서 놀다가 부딛쳐 잇몸이 찢어진 5살 아들을 데리고 동네 2차병원으로 향했다. 큰 병원으로 가서 봉합 수술을 받으라는 권유에 사립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지만, 치과 치료는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19에 문의했더니 대구에서 유일하게 치과 응급치료가 가능한 경북대병원이 공사로 며칠간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것. A씨는 새벽 1시에 양산 부산대병원으로 달려가 아이 상처를 겨우 봉합했다. A씨는 "인구 250만 대도시에 치과 응급진료 가능한 곳이 단 1곳 뿐인데다, 그마저도 문을 닫을 경우 대안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며 불만을 쏟았다.

B(51) 씨도 지난 9월 추석 연휴 첫날 극심한 치통이 찾아와 이틀동안 시달리다 토요일 문을 여는 치과를 찾아 염증이 번진 치아를 뽑은 경험이 있다. B씨는 "진통제로도 버틸 수 없어 이틀간 한숨도 자지 못한 고통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당시 대학병원 응급실에 문의해도 발치를 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늦은 밤이나 공휴일 급하게 치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찾을 '치과 응급실'이 없다.

대구에는 상급종합병원급으로는 유일하게 경북대학교치과대학병원이 있지만, 정규시간 진료만 하지 야간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는다. 현행 의료법에 치과병원 내 응급실 운영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대구의 3개 사립 대학병원은 야간 응급실에 치과 진료가 아예 불가능하다.

경북대치과병원은 경북대병원 소속으로 있다가 2014년 독립법인으로 분리되어 나왔지만, 치과병원 내에 응급실은 커녕 수술실, 입원실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경북대병원에 치과병원 소속 구강악안면외과 전공의들이 나가서 야간 당직 체제로 응급환자를 맞고 있다.

치과 응급 환자는 일반 응급실에서 접수하고 응급의학과 의사가 치과당직의를 호출하면 증상을 확인하고 치료가 진행된다.

경북대병원과 경북대치과병원은 엄연히 다른 각각의 법인이지만, 치과병원이 경북대병원의 수술실·병상 등 시설을 공유하는 '더부살이' 형태를 띠고 있다. 이 때문에 전산관리, 진료비 정산 등의 문제로 두 병원은 갈등을 빚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응급의료는 특성상 수익이 나지 않아 치과병원에서 인력, 시설 운용 면에서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응급실을 설치하려고 들지 않는다.

현재 수도권은 서울대치과병원과 사립대 치과병원 2곳이 야간 진료실(응급실)을 운영하지만, 지방에서 치과병원 내 자체 응급실은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이청희 경북대치과병원장은 "치과 응급환자는 교통사고 안면 부상을 당했을 때처럼 여러 영역의 의사들이 동시에 필요한 경우가 많다. 지금처럼 의과병원 응급실에서 치과가 협진하는 시스템이 환자 입장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 C씨는 "치과 단독 응급환자는 의과에 비하면 숫자가 적겠지만, '치과 응급실'이 없어 치아가 뽑히거나 부러지는 등 긴급한 치료에 불편함이 있다면 문제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정부도 올해 민관합동 응급의료체계 개선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치과 전용 응급실 개설은 계획에 없다. '응급의료 기본계획'은 메디컬 분야에만 집중돼 있다.

경북대치과병원의 한 교수는 "정부도 치과 분야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치과 응급실 설치에 대한 규정이나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보편적 의료서비스 확대라는 측면에서 응급실 운영에 드는 재원은 정부 지원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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