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예술경영은 필요한가?

입력 2019-12-16 11:32:14

김현규 극단 헛짓 대표, 연출가

김현규 극단 헛짓 대표, 연출가
김현규 극단 헛짓 대표, 연출가

매일춘추를 쓰기 시작한 지도 벌써 3개월에 접어들었다. 대부분 나의 경험을 토대로 한 고민거리를 공유했던 것 같다. 이제 마지막 3회 차를 나의 오랜 고민거리를 이야기하는데 할애하려고 한다. 긴 이야기가 될 것이고 쓸데없어 보일 수도 있겠으나 진정성을 의심받는 일은 없으면 한다. 대구는 공연을 제작하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극장과 기술스테프, 또 소극장이 밀집되어 있는 대명공연거리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공연제작을 해보면 공연을 찾는 관객의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단순히 마케팅의 문제일까?

예술은 뭘까? 예술경영은 필요한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와 공급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효과적인 관계를 위해 마케팅은 발전해왔고 이제 예술경영, 문화경영 등의 이름으로 예술생산물에 깊이 관여하는 문화산업시대를 맞이했다. 경영의 목적은 이윤추구에 있으며 이윤을 남기기 위해 많은 소비자가 찾는 생산물을 만들어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필립 코틀러, 조앤 셰프의 저서 '전석매진'에서는 마케팅 지향을 시대별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20세기 무렵 상품의 질과 쓰임의 가치를 갖는다면 충분하다고 여긴 상품 지향적 마케팅에서 공격적인 광고, 대인판매, 판촉활동 등 수요를 자극하는 판매 지향적 마케팅을 거쳐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과 요구, 선호와 만족을 연구하여 고객에서부터 시작하는 고객 지향적 마케팅으로 변화되었다. 결국 예술도 이윤의 도구가 되어 관객들의 기호와 취향을 쫓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그렇다면 예술가는 관객을 위한 예술을 해야 하는가? 관객을 위한 예술은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럼 반대로 관객이 찾지 않는 예술은 예술이라고 할 수 없는가? 연극 연출가인 나는 이러한 질문 앞에 딜레마가 생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관객의 수가 예술의 가치와 비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인터파크티켓 판매 1순위의 공연이 예술적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있는가?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이 생긴다. '예술의 가치는 무엇이며 누가 판단하느냐' 는 것이다. 나아가서는 '예술은 무엇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모더니즘을 거쳐 포스트모더니즘, 패러디와 혼성모방(pastiche), 임의성과 우연성, 무질서에 대한 강조, 다양한 의미의 추구, 탈장르화, 자기반영성, 해체주의, 데카르트의 절대자아는 라캉에 의해 해체되었고 모나리자의 미소는 팝아트에 의해 변형, 재현되었다. 이제 예술비평은 이론자들의 유물이 되었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었다.

만약 예술은 가치를 매길 수 없으며 그 대상이 될 수 없다면 가치를 판매해야하는 마케팅은 예술과 과연 공존할 수 있을까? 과연 예술 안에 경영의 개념이 적용될 수 있을까? 김현규 극단 헛짓 대표,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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