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플라스티쿠스', 끊임없이 플라스틱을 소비하며 사는 인간을 뜻한다. 플라스틱은 가공이 쉽고 생산비용이 저렴하며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우리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편리하고 처리하기 쉽다는 이유로 사용돼 온 플라스틱이 이제 인류의 위협이 되고 있다. 분해가 잘 안 돼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자,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된 것이다. 플라스틱의 실태와 그 대책에 대해 알아봤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 위협으로 돌아와
지난 7일은 리오 베이클랜드가 인공 합성수지 '베이클라이트'(플라스틱)의 특허를 획득한 지 110주년 되는 날이다.
플라스틱은 '아무 모양이나 만들 수 있다'는 뜻의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했다. 열이나 압력을 가해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튼튼하고 가볍고 색깔도 마음대로 낼 수 있어 20세기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란 찬사를 받았다. 플라스틱은 썩지도 녹지도 않고 절연성까지 뛰어나 전기 제품 재료로 안성맞춤이었다. 호박 대신 목걸이·팔찌·브로치 등 장신구로 활용되고 고급 화장품 용기나 빚 등 여성용품 재료로도 쓰였다.
썩지 않는다는 플라스틱 장점은 치명적인 결함이 됐다.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자,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된 것이다. 태우면 독성물질을 내뿜고 땅에 묻으면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키니 골칫덩이가 됐다. 물질 혁명을 가져온 시대의 총아에서 탄생 1세기 만에 인류의 재앙을 가져올 괴물로 전락한 것이다.
주범은 미세플라스틱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일반적으로 4.75mm 이하의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작아 하수 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지 않고 하천이나 바다로 흘러 들어가 수질은 물론 어패류까지 오염시킨다. 바닷속 플라스틱은 해양 생물의 몸속을 파고들어 생태계를 파괴한다. 2015년 코스타리카의 한 해변에서 코에 빨대가 꽂혀 고통스러워하는 바다거북이 발견됐다. 지난해엔 먹이를 찾으러 나온 북극곰이 검은 플라스틱을 물어뜯고 비닐봉지를 뒤져 전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줬다.
지난 달 30일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 해안에서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삼킨 채 죽은 향유고래가 발견됐다. 향유고래의 몸속에서는 100㎏에 달하는 쓰레기가 쏟아져나왔다. 밧줄, 그물, 컵, 포장용 끈, 가방, 장갑 등 대부분 플라스틱 제품이었다.
◆세계는 지금 '플라스틱 전쟁' 중
세계는 지금 플라스틱 제품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플라스틱 용기의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면봉, 식기, 풍선막대들은 2022년 이후로는 사용이 금지된다. 또 플라스틱으로 일회용 제품을 만드는 생산자들은 폐기 비용과 재활용 비용을 따로 부담해야 한다.
미국과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도 관련 법안을 시행 혹은 검토 중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2007년부터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했고 공공기관에서는 일회용품 사용도 금지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밴쿠버 시의회는 내년 6월부터 식당과 술집 등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이외에도 독일, 영국, 인도, 베트남, 파키스탄 등 많은 국가가 다양한 정책과 법안을 통해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후년부터 카페에서 '종이컵' 사라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으로 미국(97.7㎏)을 제치고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커피전문점 등 식품접객 업소에서 쓰는 종이컵은 다회용잔(머그잔)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경우 2021년부터 사용이 금지된다. 매장에서 먹다 남은 음료를 일회용 컵에 담아 가져가는 포장 판매(테이크아웃)도 무상 제공이 금지된다. 포장·배달 음식에 쓰이는 일회용 수저 등 식기류는 2021년부터 사용이 금지되고 필요한 경우에만 돈을 받고 제공할 수 있다. 비닐봉지와 쇼핑백 사용 금지 업소도 현 대규모 점포와 슈퍼마켓에서 종합소매업과 제과점으로 2022년부터 확대한다. 2030년부터는 모든 업종에서 비닐봉지와 쇼핑백을 쓰지 못한다.

◆'테이크아웃 빈컵 받아주기' 캠페인
중구청은 2017년 6월부터 전국 처음으로 '테이크아웃 빈컵 받아주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어느 카페에서 구입했건 상관없이, 손님들이 다 마시고 남은 테이크아웃 빈컵을 구청이 지정한 카페에 가져다주면, 그 카페는 이를 받아서 손님 대신 분리 배출해준다.
현재 중구청 내 170여 개소 프랜차이즈 음식점 및 카페가 참여하고 있으며 회수율은 14.5% 정도이다.
임영광 중구청 위생과장은 "이번 캠페인은 아무 데나 버려지는 테이크아웃 빈컵으로 인한 동성로 일대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사업을 시작했다"며 "처음에 비해 회수율도 높아지고 있다. 시민 대상으로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대시민 홍보 등을 통해 참여율을 높여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구백화점도 친환경 캠페인인 '러브에코'(LuvEco) 캠페인을 진행하는 한편 식품관에서 판매하던 비닐봉투를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쇼핑백으로 대체했다. 또 '온리 디 메쉬'(ONLY D Mesh)에코백을 제작해 고객 사은품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고객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친환경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이제는 불편,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이 거의 없다"며, "앞으로도 현장을 중심으로 친환경 활동 및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대구시 청년소셜리빙랩 사업에 선정된 에코데이팀(염현경, 신민정 이다솜)도 경북대 내외 6개 업소를 대상으로 어디서든 대여 및 반납이 가능한 '또쓰잔을 개발해 실험한 결과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냈다. 염현경 팀장은 "대학생들에게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시작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회수율이 높아지는 등 성과가 있었다. 제휴 대상을 확대하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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