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파(蘇東坡)로 더 잘 알려진 북송의 시인 소식(蘇軾)이 조조를 평한 '조조론'(晁錯論)에는 대업을 이룬 자는 "뛰어난 재주만이 아니라(不唯有超世之才) 굳게 견디며 마음이 빼앗기지 않는 의지가 있다(必有堅忍不拔之志)"는 구절이 있다. 조조(晁錯)는 한나라 문제(文帝)와 태자(太子)의 신임을 받은 지낭(智囊·지혜 주머니)이었으나 각박한 성격으로 주위의 미움을 샀다. 문제가 죽고 태자가 경제(景帝)에 즉위하자 많은 계책을 실현했다. 경제 2년, 어사대부(御史大夫·최고 감찰관)에 오른 후 그는 세력이 커진 제후들의 봉지를 줄이는 삭번책(削藩策)을 실시했다. 제후의 세력을 약화시켜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조조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황상이 막 즉위했고 너는 어사대부로서 조정을 위해야 하거늘 제후들의 봉지를 삭탈하여 종친끼리 골육상잔(骨肉相殘)하게 만들었으니 저들은 너를 원망할 것이다. 왜 그리하였느냐?"고 하니, "그들이 강하면 천자의 권위가 드러나지 않고 나라가 안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고 했다. 아버지는 "유씨 집안이 편안해지니 우리 조씨 집안이 위태로워지는구나"라고 한탄하며 목숨을 끊었다.
제후들 중 반 이상이 유씨(劉氏) 황친이었다. 이들은 "간신 조조를 처단한다"며 반란을 일으켰다. 결국 조조는 정적 원앙(袁盎) 등의 참소(讒訴)로 관복을 입은 채 참살당했다. 조조는 제후들의 반발을 예견하면서도 나라를 반석에 올리기 위해 견인불발했던 것이다. 그의 삭번책으로 왕권이 강화되고 나라는 안정되었다.
중국 한(漢)나라 문제(文帝)와 경제(景帝) 시절 선정을 베풀어 백성의 민심을 크게 안정시킨 치세를 '문경지치'(文景之治)라 하는데 당나라의 '정관지치'(貞觀之治)와 함께 중국 역사상 태평성대를 상징한다. 참고 견뎌 목표를 이룬다는 견인지종(堅忍至終)도 같은 말이다.
기해(己亥)년도 저문다. 국가든 개인이든 못 이룬 일들이 더 많을 것이다. 견인불발의 의지로 2020년 경자년(庚子年·쥐띠)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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