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칼럼]상속과 재산관리의 새로운 모색, 신탁

입력 2019-12-15 15:45:28

박동훈 인투자산관리&재무설계 대표

박동훈 인투자산관리&재무설계 대표
박동훈 인투자산관리&재무설계 대표

우리는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축소경제의 시대에 진입했다. 저출산과 고령화라기보다 인구 감소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 이혼과 재혼, 비혼 등으로 더 복잡한 가정경제가 탄생하고 있고, 1인 가구 증가는 노인 대국 일본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어 걱정스럽다.

과거 금융 활동의 주된 목적은 고금리였다. 차츰 은퇴자들이 생겨나면서 모아둔 재산을 은퇴 이후에 어떻게 잘 인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겨나고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전문가들은 다양한 금융상품과 제안으로 이들의 고민에 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많은 은퇴자의 재산 관리와 상속 설계에 복잡하고 다양한 요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런 숙제를 풀어야 할 새로운 서비스와 플랫폼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이로 인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신탁제도다.

신탁제도는 원래 중세 유럽 십자군전쟁 시기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당시 성인 남자는 자신의 재산을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기고 전쟁터에 나갔다. 그래서 살아 돌아오면 맡겼던 재산을 다시 본인이 찾아오고, 만약 사망하게 되면 자신의 아들이 성년이 되면 재산을 돌려주는 제도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신탁은 그저 하나의 금융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다수를 대상으로 한 상품 안내와 홍보 등이 부족해 보통 국민에게는 '나와는 상관없는 제도' 정도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신탁은 금전뿐만 아니라 부동산과 관련한 권리까지도 다양하게 관리·운용할 수 있다. 무체재산권에 대해서도 신탁이 가능하다. 무체재산권은 무형의 재산적 이익을 배타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권리로서 실용신안과 상표, 디자인권 등이 이에 해당한다. 신탁은 다양한 재산을 원하는 방식대로 관리하며 사후에는 자신의 뜻대로 상속까지 할 수 있다.

여러 세대가 공존하는 지금 사회에서 유언장은 자녀가 아닌 손자와 증손자에게까지 자산을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상속인이 장애인이거나 미성년자일 때는 후견인 제도 등 더욱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이 존재한다.

이에 반해 신탁제도는 2012년 크게 개정돼 다양하게 상속과 관련된 의사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신탁 자산의 수익을 다양한 수익자에게 전달할 수 있고, 연속의 개념을 통해 장애인이나 미성년자가 일정한 연령이 될 때까지 지켜줄 수 있다. 또 본인이 치매에 걸리거나 장기 간병 상태일 때도 돈 관리를 맡겨 생활비와 병원비 등에 제대로 쓰일 수도 있게 해준다. 유언의 뜻을 제대로 담기에 부족한 점들을 신탁을 통해 현실화할 수 있다.

축소사회로의 진입 길목에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자산 수명도 늘려야 한다. 공적연금 이외의 자구노력이 절실하다. 또 인지판단 능력 저하에 대비해야 한다.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하는 데 신탁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정부는 더 앞당겨질 고령사회에 대비해 신탁제도 개선과 금융기관 정비, 전문가 양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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