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영 지오뮤직 대표, 작곡가
우리는 '감상'이라는 행위를 떠올릴 때 무엇인가 아름다운 것을 보고 즐기고 평가하는 행위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이 감상이라는 행위를 위해 풍경이 아름다운 자연을 찾기도 하고, 미술관에 가서 예술작품을 보기도 한다. 수많은 미술관 중, 어느 미술관을 방문하여 감상을 할 것인가? 그것은 취향의 문제이다. 그런데 현대미술의 영역에서는 이 감상이란 행위는 아름다운 어떤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을 넘어서게 되었다.
사진기가 발명되고 산업혁명 등의 급격한 사회 변화를 맞이하면서 예술가들은 자유로운 개성과 주관을 표현하기 시작하였고 다양한 미술양식이 나타나게 되었다. 현대미술의 세계에서 우리가 감상이라 생각하는 것들은 더 이상 아름다운 것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아름다움 보다는 어떠한 개념이 중요하게 여겨지게 되었고, 감상은 무언가를 보고 느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마르쉘 뒤샹의 '샘'이 가장 중요한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1917년 마르셀 뒤샹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남성 소변기에 R.MUTT 라는 이름으로 서명을 한 뒤 미술전에 출품하였다. 당시 평론가들과 큐레이터들은 '이게 무슨 예술이야'라는 평을 하여 작품을 전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뒤샹은 본인 작품임을 밝히지 않은 채 이것도 예술이라는 싸움을 하였고, 이후 '샘'은 엄청난 파급력을 갖게 되었다. 레디메이드 개념을 최초로 예술에 도입한 사례인 것이다.
미술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필자의 감상은 아름다운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 작품에 담겨 있는 개념을 이해하는 쪽으로 바뀌어 갔다. 미술이란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때론 영감을 주는 장르가 분명했다. 그러다 현대미술을 소재로 쓴 연극 대본을 만나게 되었고 연말에 드디어 공연을 올리게 되었다. 이 공연은 현대미술의 개념과 미술 시장 등 미술의 전반적인 내용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 한국이 낳은 유명한 현대미술 작가가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의 유작을 적확하게 해석하는 자녀에게 유산을 물려주겠다는 유언을 남긴다. 해석을 하는 세 자녀는, 각자의 방식으로 아버지의 작품을 해석해 나간다. 주어진 기회는 단 두 번이다.
이 작품은 장황하게 미술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현대 미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가가야 하는지를 알려주지만 '이렇게 해석해야 한다' 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왜냐면 보는 이의 관점에 따른 다양한 해석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필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미술, 그 중에서도 현대미술을 만나고 친숙해지기를 바란다. 거기에는 고정관념을 깨는 신선한 발상들이 많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미술작품을 감상하면서 자유롭게 느끼고 상상하는 체험을 해 보는 건 어떨까? 우리 연극이 그러한 경험으로 이끄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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