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나쁜 학생에겐 기회, 재수생 양산 우려도
학력 높은 일부 고교와 학원가는 표정 밝아
학교 교육과정 파행 우려하는 시선도
대학입시는 병역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관심과 공감대가 유독 큰 주제다. 대입 제도의 공정성 문제는 올 하반기 뜨거운 감자였다.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불공정하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그 반향이 더욱 커졌다. 결국 교육부는 지난달 말 정시 확대, 학종 개선 등을 중심으로 한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어느 한 쪽도 이 방안이 만족스럽지 않다. 대입 공정성 강화를 외치며 정시 확대에 찬성한 이들은 확대 비율이 더 높지 않은 게 불만이다. 수시 비중과 학종을 유지하는 데 무게를 둔 반대쪽은 공교육 정상화와 거리가 있는 조치라고 비판한다. 교육 현장의 반응도 엇갈린다. 이 방안에 고개를 젓는 학교가 적지 않다. 그와 달리 학원가는 표정이 밝은 편이다.
◆입시 대비 혼선, 학력 높은 수성구 고교에 유리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서울 상위권 대학 16곳의 정시모집 비율이 40%대로 높아진다. 현 고1이 대학입시를 치르는 2022학년도부터다. 수시모집에서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해 이월되는 인원까지 고려하면 정시 비율은 절반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최근 대입 제도는 수시 비율이 70%를 웃돌았다. 수시 중에서도 학종에 무게중심을 두던 흐름이었다. 학생이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면서 참여해온 다양한 활동을 살펴 잠재력과 역량을 확인하겠다는 게 학종의 취지. 문제풀이 위주이던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보탬이 됐다는 반응도 많다.
문제는 교육부가 이번에 대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내세우며 수능시험 위주인 정시 확대를 천명했다는 점이다. 학력이 높은 수성구 쪽 학교들은 "수능 준비를 잘해온 터라 괜찮다. 학교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걱정할 게 아니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다수 고교의 상황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
동구 한 고교 교사는 "이미 수시 위주로 짜인 교육과정을 쉽게 바꾸긴 어렵다. 그렇다고 확대된 정시도 소홀히 할 순 없다"며 "결국 방과후수업 등을 활용해 정시를 추가로 더 챙겨야 할 판이다. 학생, 교사 모두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달서구 한 고교 교장은 "3학년 교실은 다시 EBS 교재의 천국이 되고, 학교 교육과정 역시 수능시험 준비에 맞춰 파행으로 운영될 게 명약관화하다"며 "학종과 수능시험 두 가지를 다 잡으려다 하나도 제대로 못 해 재수생을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시 확대로 학원가에는 훈풍 불 듯

물론 정시 확대 방침으로 학교 현장이 갑자기 변하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기영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은 "야간 자습시간을 늘리거나 문제풀이 중심 수업이 지금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학종에서 결과를 내고 있는 학교들은 당장 큰 틀에서 변화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시 전문가, 진학을 오래 담당한 교사들 사이에서도 학교 현장이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이 같은 기조가 학원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수성구 한 고교 교장은 "정시 확대와 학종 비교과영역이 제외되는 흐름 속에서 학종도 힘이 빠지는 듯하다"며 "현재도 '학교는 수시, 학원은 수능' 구도다. 앞으로 수시 위주인 학교 학생들도 수능시험을 준비하려고 학원으로 향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아직 정시 확대 발표가 소규모 학원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수생이 많이 등록하는 대형 입시학원을 중심으로 정시 확대 추세에 따라 학원을 찾는 발걸음이 조금씩 느는 추세다. 구조조정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도 내비친다.
수성구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현재 중3과 고1은 확실히 예전보다 수능시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수능 고득점을 위한 문의도 잦아지고 있다"며 "학생 수가 자연적으로 감소, 재수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정시가 확대돼 재수생이 늘면 학원 조직의 구조조정에 대한 고민도 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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