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trauma)는 상처라는 뜻의 그리스어 트라우마트에서 유래했다. 과거 경험했던 위기, 공포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당시의 감정을 다시 느끼면서 심리적 불안을 겪는 증상을 일컫는다. 트라우마는 개인적으로 존재하고 드러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집단 차원에서 잠재하고 표출되는 경우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은 좌파 진영에 트라우마를 남겼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논두렁 시계'와 같은 피의사실 공표가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는 인식이 뇌리에 박혀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 영결식에 앞서 "정권(政權)과 검권(檢權)과 언권(言權)에 서거 당한 대통령의 영결식"이라고 했다. '검찰 트라우마'라 할 수 있다.
울산시장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유재수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칼끝이 청와대를 정조준하자 집권세력의 검찰 트라우마가 또다시 밖으로 드러났다. '조국 사태' 때보다 이번엔 증상이 더 심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공정수사 촉구 특위'까지 만들어 검찰 수사를 성토하고 특별검사 도입을 들고나왔다. 청와대는 검찰에 공개 경고를 날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 다음 날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사실상 검찰에 선전포고를 했다.
급기야 민주당 한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악마의 손'에 비유했다. 그는 "윤석열이 마치 악마의 손 같다. 이 수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할 수가 없다"고 했다. 지난 7월 하순 문 대통령이 임명장을 주면서 "우리 윤 총장님"이라고 불렀던 검찰총장이 넉 달여 만에 좌파로부터 악마로 낙인 찍힌 것이다.
일이 터지면 '남 탓'으로 돌리는 게 문재인 정권의 장기(長技)인데 이번에도 검찰, 야당, 언론 탓을 하고 있다. 이렇게 남 탓만 하는 정권을 국민은 보지 못했다. 자신들이 검찰 수사를 자초(自招)하고서도 잘못에 대한 반성·사과는커녕 검찰, 야당, 언론 때리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트라우마의 일반 증상은 과민하게 경계하고 집중해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검찰을 공격하고 우왕좌왕하는 정권의 모습이 딱 그렇다. 드러나는 팩트들이 메가톤급이어서 좌파의 검찰 트라우마 증상은 더 심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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