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의성 문경 쓰레기산은 국비로 처리, 상주는 국비 20억 전액반납 왜?

입력 2019-12-09 06:30:00

7일 기자가 찾은 상주시 화서면의 산더미 같이 쌓인 폐기물 방치 장소. 고도현 기자
7일 기자가 찾은 상주시 화서면의 산더미 같이 쌓인 폐기물 방치 장소. 고도현 기자

방치 폐기물로 몸살을 앓은 경북 상주시가 폐기물 처리용으로 확보한 국비 20억원을 한푼도 사용하지 않고 전액 반납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부는 최근 쓰레기산으로 사회적 문제가 됐던 의성과 문경, 상주(매일신문 6월 28일자 1, 3면 보도 등) 등 경북지역 3곳 지자체에 각각 99억원, 45억원, 20억원 등 모두 164억원을 지원했다.

이에 따라 의성군은 현재 국비를 활용해 처리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문경시 역시 최근 입찰을 통해 처리사업자를 지정하는 절차를 밟는 등 관련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상주는 의성과 문경에 비해 폐기물 방치 규모는 적지만 최근 4년간 폐기물을 방치해 행정처분을 받은 곳이 7곳, 방치 폐기물은 모두 2만5천 t 가량에 이른다. 이에 따라 예상되는 처리비용은 모두 73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상주시는 지난 8월 열악한 재정상황 탓에 국비가 확보되면 시비를 보태 점차적으로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상주시가 정작 지원받은 국비 20억원을 최근 환경부에 전액 반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상주시에 따르면 국비지원 대상지인 상주 화서면의 1만7천t 방치폐기물에 대해 해당 토지주인과 현 업체 대표가 처리명령 이행책임을 두고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다. 토지주인이 과거 업체를 운영하다가 폐기물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소송 당사자인 업체 대표에게 업체를 매각하는 바람에 폐기물을 놓고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주시 관계자는 "처리책임자가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먼저 국비로 철거하고 나중에 민사 패소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은 절차상으로 맞지 않고 법적으로 상당히 어렵다는 판단이 섰다"며 "민사소송 결과를 지켜본 뒤 다시 국비 확보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런 상주시의 행보가 너무 안일하고 소극적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폐기물업체 법인이 부도가 나는 등 사실상 공중분해돼 구상권을 청구할 대상이 없어졌는 데도 주민 환경피해 최소화를 위해 먼저 국비를 활용하고 끝까지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문경시의 방침과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7일 기자가 찾은 상주시 화서면의 산더미 같이 쌓인 폐기물 방치 장소. 1만7천t이 수년간 방치됨에 따른 환경문제 때문에 국비20억이 확정됐지만 상주시가 전액 반납함에 따라 처리를 기약할 수 없게 됐다. 고도현 기자
7일 기자가 찾은 상주시 화서면의 산더미 같이 쌓인 폐기물 방치 장소. 1만7천t이 수년간 방치됨에 따른 환경문제 때문에 국비20억이 확정됐지만 상주시가 전액 반납함에 따라 처리를 기약할 수 없게 됐다. 고도현 기자

환경부의 국비 지원 우선 기준은 환경적 피해를 줄이는 것인데 상주시가 법적 검토만 하고 환경적 검토를 별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이번 예산이 기획재정부 예산이라 이월되지 않는 점도 향후 논란거리다.

민사소송이 끝난 후에도 패소자가 처리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금처럼 국비 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오히려 지자체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올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무원의 안일주의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며 "폐기물 처리가 늦춰질수록 주민들의 환경적 피해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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