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 막대 파이프를 아랫방향으로 향해 길이를 4cm식 점차 줄이고 바닥의 축을 중심으로 각도를 4cm씩 비틀어 128개의 층을 구축한 설치물은 중심축의 끝 부분이 점차 가늘어져 날카롭게 바닥의 한 지점에 닿아 있다.
높이 5.4m에 폭 5.12m의 커다란 은빛 나선형의 이 작품은 봉산문화회관 기획 유리상자-아트스타 2019 버전 5에 뽑힌 '이은정&하진:기원-막대나선공명'이란 조형 설치작품이다.
이은정'하진 작가는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하던 중 만나 동일한 예술적 지향점으로 의기투합해 이번에 함께 작품을 제작하게 된 것이다
"우주가 진화할 때 막대나선은하로 진행됩니다. 최초의 은하계도 나선형이었다는 데 작품의 단초를 삼아 제작했으며 나선형 거대 구조물을 만들면서 재료 선택에서 제작기법까지 다양한 변수가 생겨 제작기간만 1년이 걸렸습니다."
두 작가는 이어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다양한 영감을 얻는 존재이므로 자연의 효율적인 구조와 패턴을 소개하고 이를 이용해 창작물을 만들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자연과 우주에서 발견되는 생성과 소멸의 현상들과 근원 탐구의 기억들, 인간 정신과 예지적 이성 사이 오가는 어느 지점을 막대 나선형 공명 구조라는 상징적 해석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이은정'하진의 설치작품은 이런 맥락에서 조형의 단순함은 자연과 우주의 복잡다단한 현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하학적 구조를 드러내고자 한 것일 수도 있다.
"관객들은 기존의 유리상자 격자 창틀 사이로 보이는 막대나선구조물을 통해 자연과 우주에서 찾을 수 있는 기하학적 신비와 만나게 되며, 이는 우리 태양계가 속한 은하계와 또 다른 은하계가 속한 우주의 근원으로 다다르기 위한 여정일 수도 있겠죠."
어쩌면 이들은 인간의 유한한 지식과 감각으로 알 수 없는 우주의 신비와 생명의 기원을 추적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지금에 이르러 상식이 된 DNA구조 또한 이중나선구조임을 감안한다면 막대나선공명작품 또한 우주를 이루는 근본 구조일 것이라는 추론은 당연한 귀결인 셈이다.
"삶이란 패턴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죠. 따라서 창작을 삶의 주요 동력으로 삼는 예술가에게 패턴 탐구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봉산문화회관에 설치된 '기원-막대나선공명'은 직관과 상상력으로 그 존재를 추정하고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측정으로 알아낸 자연과 우주 생성의 근원에 대한 접근이다. 파이프로 쌓아올린 나선은 관람객에게 하나의 점으로부터 공간으로 확장되고 시공간을 가로질러 우주가 개인으로 수렴한다.
가슴 깊이 아름다움과 신비를 추구하는 이들은 숙명적으로 과거를 멀리 본다고 한다. 먼 과거를 본다는 건 '기원'을 찾는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무엇을 잊고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를 확인함으로써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기원-막대나선공명'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관객은 일상에서 반짝이는 작은 혁명들을 만나게 된다. 전시는 2020년 1월 20일(월)까지. 문의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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