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건강 정보 읽는 법

입력 2019-12-03 12:00:00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선생님, 코딱지 먹으면 몸에 좋지요?" 비염으로 진료실을 찾은 한 초등학생이 자신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 녀석 코에서 나온 큼직한 코딱지를 거즈로 닦으며 되물었다. "어디에서 들었니?" "뉴스에서 봤어요."

최근에는 강아지 구충제에 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지난 9월, 미국의 한 60세 남성이 '펜벤다졸'이라는 성분이 포함된 강아지 구충제를 3개월 복용한 후 폐암이 완치되었다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이 소식은 암 환자들 사이에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었고 강아지 구충제가 동이 났다. 급기야 식약처와 의사협회가 복용 중단을 권고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펜벤다졸'의 효능과 안전성을 실험한 적이 없어 과량 복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강아지 구충제로 완치되었다는 환자의 의무기록을 살펴보면 면역항암제도 함께 복용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펜벤다졸'의 효과로 폐암이 사라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처럼 유튜브에 올라온 건강 정보는 믿기 어려운 내용도 있다. 클릭 횟수가 돈으로 연결되므로 놀랍고 자극적인 건강 정보라면 한 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막걸리가 위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종양의 크기도 줄인다.' 몇 해 전 포털의 메인을 장식한 뉴스다. 논문을 찾아보니 막걸리에 함유된 '베타시토스테롤'이란 성분이 세포 및 동물 실험에서 위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했다는 것이다.

세포 실험 결과는 신약 가능성의 가장 낮은 근거다. 이후 동물 실험과 인간을 대상으로 한 오랜 임상 시험에서 약효와 안전성이 입증되어야 신약이 될 수 있다. 1만 개의 신약 후보 중 최종적으로 시판되는 것은 1개 정도다. 시판 허가를 받은 이후에 조용히 사라지는 신약도 있다. 오랜 기간 천문학적인 연구 개발비가 투자되어 1999년 마침내 국내 신약 1호인 '선플라'가 등장했지만, 약효와 안전성이 더 우수한 항암제에 밀려나고 말았다.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반영하듯 TV, 신문 등에는 건강 뉴스가 빠지는 날이 없다. 1인 미디어 시대의 도래로 건강 정보가 더 넘쳐난다. 이제는 의학적으로 검증이 되고 자신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건강 정보'를 고를 수 있는 독해력을 길러야 한다.

'강아지 구충제' 사태가 의사들에게 던져준 숙제도 있다. 말기 암 환자들이 왜 의사들의 조언보다 환자의 경험담을 더 신뢰했는지 반성해 봐야 한다. '카더라 통신'을 쉽게 믿고,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대체요법에 관심을 둔다고 답답해할 것이 아니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의 손을 잡고 더 소통해야 한다.

'코딱지를 먹으면 건강해진다.' 초등학생이 봤다는 뉴스의 제목이다. 근거를 찾아보니 자원자를 대상으로 코딱지를 먹이자 일부 면역지표가 올라갔다는 허술하고 황당한 연구 결과였다. 코딱지를 후벼 파고 먹는 과정에서 감염의 우려가 더 크다.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대답하고 진료를 마쳤다. "코딱지를 먹지 않아도 밥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하면 더 건강해질 거야."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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