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해결하고 택배·세탁 서비스…단순 물건 구입 이미지 오래전에 벗어
1989년 5월 서울 올림픽 선수기자촌 상가에 첫 개점한 편의점(便宜店)은 더 이상 동네 소매점이 아니다. 편의점이 있느냐에 따라 '편세권'(편의점+역세권)이란 용어도 등장할 만큼 생활의 플랫폼이 됐다.1989년 7개에 불과하던 매장 수도 4만 개를 넘어섰다. 지방 소도시에서도 집에서 몇백 m만 걸어 나가면 편의점이 눈에 띈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에서 다양한 메뉴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하고, 택배는 물론 금융, 세탁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한 것이다.
◆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잡아 "끝없는 변신과 진화 거듭"
대학교 근처 원룸에서 생활하는 취업준비생 이유영(가명·25) 씨는 하루 세 번 편의점에 들른다. 아침 학교 안의 편의점에 들러 아침 대용으로 커피와 빵을 먹은 후 도서관으로 향한다. 점심에는 편의점에서 점심을 때운다. 하굣길에 들르는 곳 역시 집 근처 편의점이다. 인터넷으로 구매한 상품을 픽업한 후에는 혹여 새로운 원플러스원, 투플러스원 상품이 있는지 매장 안을 꼼꼼히 둘러본다. "아침·점심은 거의 편의점에서 먹는다. 저녁도 편의점에서 산 인스턴트식품으로 대충 때우는 경우가 많다. 혼자 살기 때문에 식사를 만드는 게 번거롭고 돈도 많이 들어 가장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이 식비"라며 "할인카드도 많고 쿠폰이나 원플러스원 등의 행사 상품을 잘 활용하면 마트보다 싸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소영(가명·22) 씨는 바쁠 때는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요즘 편의점에는 의자와 테이블이 등장했다. 이 씨는 "예전에는 편의점 식대 앞 좁은 공간에서 두세 명이 함께 식사하는 일은 매우 불편했다"며 "하지만 요즘은 대여섯 명이 앉아서 음식을 먹어도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평소 편의점을 자주 가는 이수정(가명·35) 씨 역시 요즘 편의점 음식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품질이 나아진 것을 실감하고 있다. 이 씨는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편의점에서 김밥을 사 먹다 보면 속재료가 거의 없고 거의 흰밥 뿐이었는데 지금은 전문점처럼 참치, 고기, 당근 등 속이 꽉 차있다"고 말했다.
혼자사는 오지은(가명·34) 씨는 퇴근길 저녁 식사 거리 고민이 많다. 퇴근 후 재료를 손질해서 요리할 시간이 없는 데다 한 끼 식사 준비를 위해 많은 양의 식재료를 사면 남는 재료를 버리는 일이 다반사기 때문이다. 오 씨는 "최근 편의점에서 간단한 밑반찬 거리를 사고 있다"며 "미역국이나 진미채, 붉은대게딱지장, 간장연어장 등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도 많아 제법 근사하게 한 끼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민희(20) 씨는 "식사 시간이 아니어도 먹을 것을 사서 매장의 휴식공간에서 식사하는 손님들이 많다"며 "과거엔 음식을 사가는 손님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즉석에서 음식을 먹는 손님의 비율이 사가는 손님들과 비슷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단순 소매점이던 편의점은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생활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 촘촘하게 연결돼 있는 점포망과 다양한 자체브랜드(PB) 제품의 경쟁력은 갈수록 위력을 더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편의점의 변신은 현재진행형이고, 그 끝도 알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오경석 팀장은 "주 52시간 근무, 언텍트(비접촉),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 혼술 트렌드 확산, 경기 불황으로 인해 외식보다는 집에서 편안하게 술과 안주를 즐기려는 실속 있는 소비 분위기"라며 "이 때문에 가까운 편의점에서 주류와 함께 다양한 요리형 안주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 팀장은 이어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증가로 집에서 요리해서 식사하는 이들이 줄고 간편식이나 외식으로 대체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며 "시간이 갈수록 편의점 고객이 더 늘어날 것이다"고 예상했다
◆올림픽과 외환위기가 키운 편의점
한국에서 편의점이 생기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야간통행금지 해제였다. 1945년 광복 이후 지속된 야간 통금이 1982년 1월 풀렸다. 재빠르게 몇몇 자생적 편의점들이 문을 열었으나 동네 구멍가게에 익숙했던 상점 문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폐업했다. 몇 년의 시행착오 끝에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형태의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사업이 한국에 도입된 것이 30년 전이었다.1989년 5월 서울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세븐일레븐 1호점이 처음 문을 열었다.
1990년 훼미리마트(현 CU)와 미니스톱, LG25(현 GS25) 등이 잇따라 편의점 시장에 뛰어들면서 1989년 전국에 단 7곳뿐이던 편의점은 1993년에는 1000호 점을 돌파했으며 2007년에는 전국 점포 수 1만 개를 넘긴 이후 2016년 3만2611개까지 늘어났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협회 소속 편의점(CU·GS25·세븐일레븐· 미니스톱·씨스페이스) 점포수는 4만4개다(대구경북 지역 편의점은 대구 1천287개, 경북은 1천829개다).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비회원사 이마트24의 올 10월 기준 점포수 4364개를 포함하면 4만4천368개가 된다. 2011년에 약 2만 개였던 점포 수가 7년 만에 2배로 늘었다. 요즘은 어디를 가도 편의점 간판이 안 보이는 곳이 없을 정도다.
◆(박스) 이마트24 침산동에 복합문화공간 '투가든' 열어
이마트24는 지난달 16일 대구시 북구 침산동 한 폐공장과 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해석한 '투가든'(2 garden)을 개장했다.
투가든은 '정원으로 향한다'(to garden)는 의미와 '과거와 현재 두 가지 시공간이 현존하는 정원'이라는 의미를 담은 공간이다.
오래된 구조물을 그대로 살린 편의점 이마트24를 주축으로 커피·베이커리·브런치 공간 '나인블럭', 이국적인 스테이크 레스토랑 '선서인더가든', 화원 '소소한 화초 행복', 서점 '문학동네', 체험놀이공간 '레고샵' 등으로 꾸몄다. 400여종의 와인을 갖춘 창고형 와인셀러도 마련했다.
신진호 점장은 "옛것과 새로움, 촌스러움과 모던함,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공존에서 도시재생의 가치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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