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시사로 읽는 한자] 習俗移性(습속이성)-귤이 탱자가 된 이유

입력 2019-11-25 18:00:00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안자(晏子)는 중국 춘추 전국시대 제(齊)나라의 유명한 사상가이자 정치가이다. 그는 환경이 인간에게 주는 영향을 중시했는데, 풍토나 습속(習俗)이 인간의 습성도 바꾼다(移性)는 습속이성(習俗移性)이 바로 그것이다. 그의 '안자춘추'(晏子春秋) 내편잡(內篇雜) 상편(上篇)에서 유래했다.

안자가 초(楚)나라에 출사했을 때의 일이다. 초나라 왕은 언변에 능한 안자를 놀려주고 싶었다. 어느 날 초왕은 술자리를 마련해서 그를 대접했다. 술상이 한창 달아오를 때 간수가 죄수 한 명을 묶어 데리고 나왔다. 초왕이 "그놈은 어디 사람이고, 무슨 죄를 지었는가"라고 물었다. "제나라 사람인데 도둑질을 했소이다"라고 하는 간수의 말을 듣고, 초왕은 안자를 흘겨보며 "제나라 사람들은 원래 다 도둑질을 잘 하오"라고 물었다. 안자는 정중하게 말했다. "제가 들은 바로는 회수(淮水) 이남의 귤이 회수의 북쪽에서 자라면 탱자가 됩니다. 같은 나무에서 자랐지만 전혀 다릅니다. 왜일까요. 수토(水土)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나라에서 도둑질을 하지 않던 사람들이 초나라에 와서 도둑질을 한다면, 초나라의 수토가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닐까요." 안자의 말을 들은 초왕은 웃으면서 "현자와 함부로 장난을 하는 것이 아니구려. 오히려 내가 망신을 당했소이다"라고 하며 사과했다.

달고 큰 귤이 열리는 나무를 다른 지역에 옮겨 심었더니 쓰고 작은 탱자가 달렸다는 이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사회에서는 외국인 범죄의 원인을 외국인이기 때문이라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본국에서도 범죄자였다면 아예 입국이 어려웠을 것이다. 그들이 한국에 와서 범죄를 저지르는 데에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지 않은지 따져볼 일이다. 홍콩의 시위를 한국의 촛불운동과 같은 잣대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데에도 약간의 의구심이 있다. 귤이 탱자가 되는 데에는 드러나지 않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