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 어선의 오징어 싹쓸이 두고만 볼 것인가

입력 2019-11-23 06:30:00

울릉도의 한 어민은 "50년 세월 동안 오징어를 잡고 있지만, 올해처럼 오징어가 없는 해는 처음"이라고 했다. 어느 오징어 중매인도 "60년간 오징어 산업에 종사했지만 올해 같은 오징어 흉년은 없었다"고 했다. 포항 죽도시장 횟집 상인들은 그나마 서해에서 잡은 활오징어를 비싸게 들여다 내놓았는데 손님들이 발길을 돌린다고 울상을 짓는다.

경북 동해안에서 오징어 씨가 마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울릉군의 자료를 보더라도 그렇다. 연간 1만여t씩 잡히던 오징어 어획량이 10여 년 만에 450t으로 줄었다고 한다. 어민들은 '대흉어' '재난'이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내년 1월까지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선주는 물론 건조공장과 중매인 등 오징어 산업 관계자들이 모두 망할 것이라는 탄식이다.

한창 성어기인 가을철인데도 동해안 오징어 어선들이 항포구에 줄줄이 묶여 있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울릉도의 오징어배들도 대부분 출어조차 못하고 있다. 포항 구룡포수협의 10월 오징어 위판량은 지난해 162t에서 겨우 1.7t으로 쪼그라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오징어 총생산량이 2000년 22만6천t에서 지난해에는 4만6천t으로 줄었는데 반해, 중국 오징어 수입량은 2014년 8천800t에서 지난해에는 7만t에 이르렀다.

오징어 조업 100년 이래 최악의 상황이라고 한다. 이렇게 오징어의 씨가 마른 것은 기후변화 등의 원인도 없지 않겠지만, 중국 어선들의 남획 때문이라고 한다. 어업인들은 북한 수역에서 입어료를 내고 조업하는 중국 선단을 오징어 흉어의 가장 큰 주범으로 꼽고 있다. 오징어가 우리 수역으로 내려오는 길목인 북한 해역에서 밤낮으로 싹쓸이 조업을 하니 씨가 마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동해 북한 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은 2004년에는 114척에 불과했지만 매년 늘어나면서 지난해엔 2천 척이 넘었다고 한다. 어민들은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명백한 유엔 제재 위반인 데도 우리 정부가 중국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모습에 억장이 무너진다. 중국 어선이 우리 어자원을 황폐화하는 것을 방관한다면 해양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다각적이고 지속적인 대응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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