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일 교수의 과학산책] 연구실 안전과 사고 예방

입력 2019-11-18 18:00:00

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사)초일류달성경제연구소장
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사)초일류달성경제연구소장

최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안타까운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인근 주민들도 불안해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연구소 측의 설명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할 수 없는 조건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사고 가능성이 낮은 실험이라는 주장이다. 연구소에서는 10년 전에도 사망사고가 있었고 지난해에도 두 차례나 화재가 발생했다. 올해 2월에는 연구소 인근 한화 대전공장에서 유도무기 개발 작업 도중 발생한 폭발 사고로 3명이 사망했다. 같은 공장에서 작년에도 5명이나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 5월 강릉 과학산업단지의 수소 탱크 폭발 사고로 정부는 관련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적도 있다. 안전을 담보로 작업해야 하는 전문 연구시설에서 계속 대형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이공계 기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과학기술을 둘러싼 패권 다툼과 경제보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사고 원인조차 불분명하다는 보도에 국민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연구원 양성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대학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최근 5년간 발생한 1천89건의 안전사고 중에서 83%인 907건이 대학교 연구실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국정감사에 제출한 '대학별 연구실 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대학 내 연구실 안전사고는 최근 4년간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 170건에서 2019년 266건으로 4년간 1.6배나 증가했다. 이 중 자창(베이거나 찔린) 사고가 329건으로 전체의 32%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화상 사고가 296건(29%)으로 그 뒤를 이었다.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연구실 안전사고가 발생한 학교는 고려대학교(49건), 서울과학기술대학교(48건), 서울대학교(46건), 경북대학교(36건) 순으로 조사되었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최근 4년 새 안전사고가 8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연구소나 대학에서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은 없는 것일까. 미래의 연구자인 학생들의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나 교육에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이들이 학위를 마치고 취업 후 연구 현장에서 노출될 수 있는 사고의 수위가 높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 필자도 국내외 연구실에서 크고 작은 다수의 사고를 경험했다. 대개의 경우는 실험자 개인의 부주의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실 안전 교육과 대응 방식은 국가마다 다르겠지만 선진국에서는 예방 교육 이후 실천 여부를 중요하게 점검한다. 특히 동료 연구자들끼리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눈치를 주는 자연스러운 문화가 우리에게는 부족한 것 같다. 오히려 '너도 안 지키니 나도 안 지킨다'는 안전불감증과 무사안일주의가 사고를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고의 원인은 다양하다. 누적된 피로, 열악한 작업환경, 관리감독의 소홀, 성과주의에 내몰리는 연구문화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우리가 안전에 유난히 둔감하고 사고에 관대하다는 점 역시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물질적인 풍요보다 안전사고 횟수를 줄여나가는 문화가 빨리 자리 잡기를 바라며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의 명복과 부상당한 분들의 빠른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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