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에 사는 A(90) 씨는 지난달 24일 한 요양원에 입소했다가 2주도 안돼 피멍이 가득한 채 지난 6일부터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A씨의 며느리 B(64) 씨는 "팔목과 어깨에 시커멓게 멍이 들고, 배와 등에는 시뻘건 상처와 밤송이 만한 물집이 잡혀 있었다"고 울먹였다. 며느리가 "왜 멍이 들었느냐"고 묻자 A씨는 "화장실을 가려고 돌아다니다 맞았다"고 했다.
이에 B씨는 폭행의혹을 제기하며 폐쇄회로(CC)TV 영상 확인을 요청했지만 해당 요양원에는 아예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인학대와 의심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증거 확보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폭행 의혹이 불거져 경찰 고발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지만 CCTV조차 없는 경우가 많은 것.
B씨는 요양원 측이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A씨를 정형외과에 데려갔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A씨의 진료기록을 본 의료진이 B씨에게 "왜 정형외과 진료를 받았냐"고 물으면서 그제야 드러난 것이다.
이에 대해 요양원 측은 폭행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요양원 관계자는 "A씨는 4인실 환자로, 만약 폭행했다면 다른 이용자들도 봤을 것"이라며 "새벽에 화장실을 가려다가 넘어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심야시간대에는 직원 2명이 1, 2층에 있는 노인 20여 명을 돌봐야 해 모든 상황을 세세하게 확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신고를 접수한 대구 남부경찰서는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폭행이라고 볼 확실한 증거가 없어 일단 요양보호사 등 관계자를 불러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현재 노인요양시설은 CCTV 의무 설치 구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노인요양시설 이용이 급증하고, 학대 건수도 잇따라 증가하면서 CCTV 설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5년 보육시설 내 폭행사건이 숙지지 않자 어린이집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노인요양시설(노인요양공동가정생활 포함)은 2014년 2천707곳(이용자 13만2천387명)에서 지난해 3천390곳(이용자 16만594명)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노인 학대신고 건수 역시 증가세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모두 1만5천482건으로 2014년(1만569건)에 비해 46.5% 증가했다. 이 중 노인복지시설 등 기관 종사자에 의한 학대가 13.9%를 차지했다.
이희완 대구한의대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시설 내 노인학대 문제의 증거자료는 CCTV가 거의 유일한 만큼 법제화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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