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우리가 노래하는 이유

입력 2019-11-17 05:30:00

채명 무용평론가

채명 무용평론가
채명 무용평론가

'우리가 노래하는 이유'는 한 방송국 주최로 최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렸던 합창페스티벌의 공연명이다. 이틀간의 출연자 수가 600명이 훌쩍 넘는 큰 규모의 축제였다.

피날레에 300여 명의 출연진들이 한 무대에 서는 것도 보기 쉽잖은 풍경일 것이다. 관객들의 함성이 곳곳에서 울려나왔다. 각 팀의 의상도 각양각색이라 무대는 형형색색 꽃밭이었다. 참여단체 중에는 어린이 합창단, 여성합창단, 남성합창단, 혼성합창단으로 음악 전공자, 예비 음악 전공자, 또는 오랜 시간 노래실력을 키워온 아마추어 등 단원들의 면면도 다양했다. 단원들만의 축제로도 훌륭한 잔치였다. 피날레의 합창 제목이 'Why we sing' 이었다.

우리가 노래하는 이유는 희망, 평화, 축복, 사랑의 소리로 노래할 때, 영혼을 달래주고, 다친 마음을 치유시켜주고, 기쁨을 발견하고, 친구를 찾는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아름다운 소리를 더 크게 울리고 있다. 뮤직은 누구에게나 말할 수 있는 언어이고, 가로막고 있는 담을 허물고 연결해주는 다리라고 노래 불렀다. 아이들의 꾀꼬리 같은 목소리와 남성의 저음, 여성의 청아한 고음들이 하나가 되어 하모니를 만들었던 무대였다. 관객들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겠지만, 출연진들의 감동도 적지 않았다. 한 목소리를 내면 하모니가 이뤄져가는 합창의 묘미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이러한 음악계의 저변확대가 필자에게는 부러운 일이었다. 전공자들이 비전공자들의 실력을 키워가고, 그 공동체들을 공동의 장으로 묶어내는 기회를 확대하면, 일자리 창출도 되고, 그 예술분야의 힘도 당연히 강해진다.

음악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예술 분야에서 생활예술의 확장은 그 규모가 점점 확대되어 간다. 문화선진국일수록 스포츠와 예술분야에 관람자로서 보다는 직접 참여하는 자의 수가 점점 더 커져간다. 대리만족이 아니라 직접 즐길 때, 그 효과와 파장은 훨씬 긍정적이라고 본다. 좋아하면 관심을 갖기 마련이므로 해당 분야 전문 공연에 대한 관객의 수도 더불어 많아진다. 단언컨대 예술분야에 관심을 두고 정진하는 사회분위기가 된다면, 세상은 더 아름답고 풍요롭게 변화되어 갈 것이다.

우리나라는 고대로부터 가무를 즐기는 민족이었다. 자신에게 맞는 장르를 골라 누구는 노래를, 연주를, 춤을, 연극을, 그림을 매개로 삶을 표현하고 즐기는 예술세상이 우리사회에 더욱 만연해지길 기대해본다. 대구문화재단의 예술지원예산에서 생활예술 분야를 위한 것은 현재 5% 미만이라고 하니, 조화로운 예술세상을 위하여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채명 무용평론가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