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원의 행복, 영화 보는 맛에 반했어요"

입력 2019-11-20 10:16:30

작은 영화관 '합천시네마'
개봉영화를 지역에서 보는 맛
주민과 함께하는 기획전 열어
지역 사랑방 역할 톡톡히 해내

합천시네마 직원들이 활짝 웃으며 관객을 맞는 자신들의 일터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용석 기자
합천시네마 직원들이 활짝 웃으며 관객을 맞는 자신들의 일터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용석 기자

"합천시네마는 돼지국밥입니다. 개인 또는 여럿이 합천에서 누구나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돼지국밥인 것처럼 합천시네마가 지역사회에서 소소한 일상의 문화적 향유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김호근(48) 합천시네마 관장은 돼지국밥과 영화 관람료의 가격도 비슷하다며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2016년 개관해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합천시네마는 단순히 흥미로운 볼거리와 여가시간을 채우는 공간만이 아니다. 지역주민들이 반갑게 인사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곳이며, 청소년들이 만남의 장소로 애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역사회의 문화적 정서가 일상으로 교차되고, 지역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연중무휴 배출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합천시네마에서 일하는 최영자(54) 씨는 "6천원으로 기쁨을 주는 선물로 작은 영화관 상품권만한 것이 없다. 제가 드렸던 상품권을 가지고 오셔서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말을 들으면 그때가 가장 보람이 있다"며 "영화 상품권이 가성비 최고의 선물"이라고 추켜세웠다. 도시 영화관의 반값밖에 안 되는 돈으로 대구나 진주로 가야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개봉영화를 동시에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작은 영화관이라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생긴다.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스템이 불안정할 때의 일이다.

영화관에 난생 처음 와본 할머니와 할아버지 부부 두 분만 입장해 영화를 보고 있었다. 영화를 보던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왜 아무 말도 안 나오는 거라예? 나가서 직원에게 말해 볼까예?"

이 말을 듣던 할아버지는 "거참 무식한 티내지 말고 가만히 좀 있어보소. 영화는 본래 이런 거라오"라고 할머니를 꾸짖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궁금증을 참지 못한 할머니가 직원에게 물었다. "영화는 원래 말이 안 나오는 거라예?" 혼비백산한 직원이 달려가 알아보니 음향에 문제가 생겼던 것이었다.

합천시네마는 '피의 연대기', '툴리' 등을 상영한 '양성평등 영화제'를 비롯해 시각·청각장애인을 위해 한국영화에 한글자막과 화면해설을 제공하는 상영 서비스 '가치봄'을 도입함으로써 지역사회의 근저에 다가서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한다.

최근 열린 '가을 영화제'는 3일간 8편의 다양한 영화를 주민들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흥미 위주의 영화보다 '벌새', 가버나움' 등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를 관장과 전 직원이 함께 선정해서 주민들이 감동을 나누고 대화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었다.

어르신이나 부모님을 모시고 또는 자녀들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들어 동네 사랑방처럼 인사를 나누고 영화를 감상하는 시간들이 작은 영화관에서나 맛볼 수 있는 특별함이다.

합천시네마가 있어 행복하다는 주민 신수연(49) 씨는 "오래된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꼬마 토토는 영사관 할아버지와의 우정을 통해 영화를 가까이 하면서 아름답게 성장한다. 합천의 작은 영화관에서도 영화를 보며 함께 울고 웃는 지역 주민과 직원들이 있다. 30년 후 이곳의 시네마 천국이 누군가의 성장과 추억의 공간이 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고 했다.

합천시네마 직원들이 화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용석 기자
합천시네마 직원들이 화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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