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 연임 선거서 부정시비 불거지며 퇴진 압박 거세지자 '백기'...장기집권욕에 제 발목 스스로 잡아
"대선 다시 치르겠다" 후퇴했으나 군·경찰까지 사퇴 요구



중남미 현역 최장수 지도자아 첫 원주민 출신 대통령인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선거 부정 논란 속에 결국 14년 가까이 지켜온 대통령직을 내놓기로 했다. 야권의 거센 대선 불복 시위에도 버텨온 모랄레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는 미주기구(OAS)의 감사 결과 발표에 이어 군과 경찰마저 사퇴를 요구하며 압박하자 사퇴를 결정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오후 TV 연설을 통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런 갈등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 무척 가슴 아프다"며 의회에 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형제들에 대한 공격을 멈추도록 물러나는 것"이라며 "삶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투쟁은 계속된다"는 말로 연설을 맺었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퇴 발표는 그가 4선 연임에 도전한 지난달 20일 대통령 선거 이후 3주 만이다. 이번 선거에서 모랄레스 대통령은 40%를 득표하고 2위에 10%포인트 앞서며 결선 없이 승리를 선언했지만, 석연치 않은 개표 과정을 놓고 부정선거 논란이 제기되며 거센 시위가 이어졌다.
연일 격화한 시위로 지금까지 3명이 숨지고, 100명 넘게 다쳤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줄곧 부정 의혹을 일축하며, 야권의 의혹 제기에 대해 '쿠데타 시도'라며 버텼다. 그러나 OAS가 선거 부정을 시사하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더 버틸 명분이 부족해졌다.
결국 모랄레스 대통령은 OAS의 감사 결과 발표 직후 선거관리당국을 개편해 새 대선을 치르겠다며 한발 물러섰으나 군 수장인 윌리엄스 칼리만 군 최고사령관까지 나서 사퇴를 종용하자 몇 시간 만에 사퇴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퇴 발표가 채 끝나기도 전에 수도 라파스 등 볼리비아 전역의 거리에서는 야권 시위대가 몰려나와 국기를 흔들고 폭죽을 터뜨리며 환호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지난 대선에서 2위를 차지한 야권 후보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은 트위터에 "독재가 끝이 났다. 오늘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감격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아이마라족 원주민 출신으로 1959년 볼리비아 산간 지역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목동, 벽돌공장 잡부, 빵 장수 등 허드렛일을 전전했다. 이후 코카인 재배농 이익단체를 이끌게 됐고 볼리비아 원주민 단체를 대표하는 인물로 부상했다.
좌파 사회주의운동(MAS) 소속으로 1997년 의회에 입성한 후 3선 대통령을 거쳐 이번에 4선에 도전하는 상황이었다. 재임 기간 중 천연가스 등 주요 기간산업의 국유화 등을 통해 안정적인 경제 성장과 빈곤 해소에 기여했다. 3선 연임 때에 개헌을 통해 집권을 가능하게 했고 4선 도전 때는 헌법재판소를 통해 합법성을 인정받는 등 장기 집권을 무리하게 시도하다 결국 위기에 처하게 됐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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