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합의 필요한 모병제가 총선 전략으로 전락해서야

입력 2019-11-08 06:30:00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 전략으로 모병제 전환에 시동을 걸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7일 "모병제 전환은 인구절벽 시대에 정예 강군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대적 과제이자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25년부터 군 징집 인원이 부족해져 징병제를 유지하고 싶어도 유지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이인영 원내대표는 "자체 연구인지 연구원 여러 견해 중 하나인지 확인해 봐야 한다"며 "정리 안 된 얘기이고 공식적으로 얘기한 것은 없다"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변인도 "정책위에 보냈지만, 정책위에서 검토된 바는 없다"고 했다. 별로 믿음이 가지 않는 소리다. 총선을 6개월도 안 남긴 현 시점에서 그런 보고서를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은 총선 공약으로 내걸기 위한 여론 떠보기로 읽을 수밖에 없다.

인구 감소로 징병제 유지가 어려워지는 것은 맞다. 그러나 모병제가 그 해결책이 된다는 것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다. 오히려 병역의 평등이라는 우리 사회의 기본 가치를 제도적으로 파괴하는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돈 있고 힘 있는 집 자식의 병역 면탈을 합법화해 군대를 사회적 약자의 집합소로 만들 것이라는 소리다. 군인이 존경받는 직업인 미국에서도 이런 현상은 심각하다고 한다. 가난하고 교육을 덜 받아 선택의 여지 없이 군에 입대한 '전사 카스트'가 생겨났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조국 사태로 현 정권에 대한 젊은 층의 지지도는 급전직하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여당은 총선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추세를 되돌리는데 모병제는 결정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여당으로서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그러나 아무리 다급해도 할 것이 있고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국정을 책임진 여당은 더욱 그렇다. 모병제 전환은 국가 백년대계의 문제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민주당의 모병제 검토는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득표를 위한 재료로 격하시키겠다는 것이다. 그 잔꾀가 참을 수 없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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