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전문병원 대동병원(대구시 동구 화랑로)은 2011년부터 환자 치료에 텃밭 가꾸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병원 외부에서(동구 미대동, 수성구 만촌동) 텃밭을 운영했으나, 이동의 어려움을 감안, 2018년부터 병원 옥상(9층)에 약 66㎡(20평) 규모로 텃밭을 운영한다.
옥상 텃밭 외에도 OT 프로그램(Occupational Therapy;작업치료 프로그램) 일환으로 환자들이 실내에서 토마토, 오이, 고추 등을 기른다. (이 병원 OT 프로그램에는 식물 가꾸기 외에도 다양한 작업 프로그램이 있다.) 일반적으로 OT 프로그램은 사회복지사들이 맡고 있지만, 이 병원에서는 4명의 작업 치료사들이 담당한다. 작업 치료사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혹은 발달과정에서 장애를 입은 사람들에게 도구와 치료 방법을 통해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치료하고 교육하는 재활 치료 종사자들이다.

◇ 햇볕 속에서 오감 느끼는 텃밭
박상운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일반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프로그램은 상담, 약물, 환자교육, 생활습관 개선지도, 작업치료, 집단 상담치료, 가족 상담 및 교육 등으로 이루어진다" 며 "환자들이 의사의 일방적인 치료에 따르는 것만큼이나 본인 스스로 몸을 쓰고, 직접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서 이 부분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 병원에서는 환자들이 햇빛 속에서 오감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환자들 역시 몸을 움직이는 치료를 좋아한다. 중증 정신건강 환자의 경우 입원 초기에는 약 먹고 자고, 약 먹고 자는 일이 허다하다. 약 복용 초기에는 혼자 움직이기도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병원 환자들은 약 복용 초기에도 작업치료사들의 도움을 받아 텃밭에서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고, 풀을 뽑는다.

환자들은 싹이 트고 채소가 자라는 과정을 보며 감동하고 기뻐한다. 이때 작업치료사들은 식물의 자람을 사람의 건강에 비유해 설명한다. 잘 보살펴야 잘 자란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환자들은 채소 가꾸기뿐만 아니라 자기 몸을 관리하고 치료하는 데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임하게 된다고 한다.
◇ 일방적 치료보다 역할 부여로 성과
대동병원 이형곤 지역연계 실장은 "환자들 중에는 농사를 지어본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 이 분들은 작업 치료사들보다 농사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 수동적으로 치료를 받던 환자들이 자기주도로 채소를 가꾸고, 다른 환자들에게 꽃 따주기, 순지르기 등 채소 가꾸는 법을 설명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는다. 의료진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따르던 입장에서, 자기주도로 채소를 가꾸고, 다른 환자에게 재배 방법을 가르쳐 주는 동안에는 얼굴이 확실히 밝아진다."고 말한다.

이런 표정 변화가 채소 가꾸기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태권도 유단자, 목수 환자 등 특정 분야에 전문 자격증이나 기술이 있는 환자들은 이 병원의 OT 프로그램에서 '주전' 역할을 맡음으로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키우게 된다고 한다. 약물 치료나 격리 이상으로 '역할 부여'가 정신건강 환자 치유에는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이형곤 실장은 "환자들이 텃밭을 가꾸든, 무엇을 제작하든 생산적인 활동에 집중하고, 다른 환자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신을 개방하고 자신감을 가지며, 자기를 긍정하고, 치료의욕을 높이고 있음을 조사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며 앞으로도 텃밭가꾸기와 같은 환자 참여프로그램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병원은 환자들이 퇴원한 이후에도 '낮 병원(환자가 입원하지 않고 낮에만 와서 치료받는 프로그램)'에 와서 주1회 농장 가꾸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돕고 있다. 대동병원의 '낮 병원'에는 64개 치료프로그램이 있는 데, 환자가 몸을 움직이거나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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