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 시장(市長)이 할 일

입력 2019-11-06 19:50:13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도시가 살기 좋으면 사람 모이고
불만이 있으면 다른 도시로 떠나

대구 시민들에게 필요한 市長은
삶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행정가

사람들은 발로 투표한다. 현재 사는 도시에 불만이 있으면 다른 도시로 이동한다. 그래서 살기 좋은 도시는 인구가 증가하지만 살기 힘든 도시의 인구는 감소한다. 이는 소비자가 한 제품에 불만이 있으면 다른 제품을 사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발로 또는 돈으로 투표한다. 도시가 기업과 다른 점은 무한정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도시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인구가 늘면 혼잡이 증가해서 사람들이 다른 도시로 이동한다. 그래서 한 나라 안에는 큰 도시도 있고 작은 도시도 있다.

대구광역시 인구는 1990년 223만 명이었으나 1995년 달성군과 통합하면서 245만 명으로 증가한 후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구광역시 인구는 1995년 정점을 찍었다. 인구 대비 전입자와 전출자 비율은 1990년 13%에서 2017년 7%로 감소하였고 전입자 수는 1995년을 기점으로 전출자 수를 밑돈다. 이에 따라 매년 약 1만3천 명의 인구가 유출되고 있다. 지난 40년의 통계는 대구광역시 인구가 안정적으로 유지됨을 보여준다. 안정적이라는 말은 두 가지로 해석된다. 하나는 정체되었다는 의미이다. 다른 하나는 균형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모든 도시가 인구 100만 명 이상일 필요는 없다. 큰 도시도 있고 작은 도시도 있는 것이다. 대구광역시의 목표가 인구 300만 명을 달성하는 것일 수 없다. 도시 성장 자체는 의미가 없다. 한 도시가 살기 좋으면 사람들이 모이고 그 결과 인구가 증가한다. 대구광역시의 목표는 편의성(amenity)을 높이는 것이 되어야 한다. 치안, 전염병 예방, 깨끗한 물, 일정 수준 이상의 병원, 양질의 초중등 공교육, 혼잡하지 않은 도로, 원활한 대중교통, 적당한 면적의 녹지와 공원, 적절한 가격의 주택 등이 도시 편의성을 결정한다. 특히 경제적으로 중하층에 속하는 시민들에게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시장은 도시 상징의 변경, 국제행사 유치, 경전철 또는 지하철 건설, 랜드마크 시설 건축, 유명기업 유치, 공연장 또는 미술관 건립을 통해 도시가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업은 발전하는 도시가 해야 할 일이지 이로 인해 도시가 발전하지 않는다. 예산은 그렇게 쓰는 것이 아니다. 대구광역시의 편의성이 높아져서 살기 좋은 도시가 되면 인구가 증가하고 많은 기업이 유치될 것이다. 저렴한 공장 부지를 제공하고 세금을 감면한다고 해서 기업이 유치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살기 힘든 도시에는 기업도 오지 않는다. 기업에 사람은 수요인 동시에 노동력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좋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를 선호한다. 그러한 도시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고 혁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들을 오게 하려면 도시가 살기 좋아야 한다.

최근 대구광역시 청사와 대구공항 이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내년 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호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청사와 공항이 오래되었고 규모가 작은 것은 사실이다. 토건사업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이 이 사업들을 추진할 적기인지는 의문이다. 청사와 공항을 이전하기에는 대구광역시의 재정적 여력이 없다. 지하철 부채, 버스 보조금, 복지 지출만으로 예산의 대부분이 소진되는 것이 현실이다.

도시 편의성을 높이는 것은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이다. 성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 몇 번의 극적인 행사로 도시 편의성은 높아지지 않는다. 예산만 낭비될 뿐이다. 시장은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시민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 일은 빛이 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손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 일을 해야 한다. 시장은 정치인이 아니다. 시장은 행정가이다. 시민들에게 필요한 시장은 정치적인 선동가가 아니라 청렴하고 합리적인 관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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