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의 시사로 읽는 한자] 事必歸正(사필귀정): 반드시 정의가 이긴다

입력 2019-11-04 17:51:37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일(事)은 결국(必) 바른 이치로 돌아간다(歸正)는 뜻이다. 바르지 못함이 잠시 기승을 부려도 결국 정의(正義)가 이기게 되는 것이 세상 이치라는 것이다. 춘추시기 각국의 역사를 기록한 '국어'(國語) 진어(晉語)에 배신의 아이콘으로 진(晉)나라 혜공(惠公) 왕의 이야기가 있다.

혜공 6년, 진(秦)나라 목공(穆公)이 진(晉)나라를 쳐서 한원(韓原)에 이르렀다. 혜공이 장군 한간(韓簡)을 보내 탐문케 했다. "군사는 적으나 싸우려는 의지가 있는 병사가 우리보다 많습니다"라고 했다. 혜공이 이유를 묻자, "진(秦)은 우리에게 은혜를 세 번이나 베풀었는데 보답이 없어 치러 왔는데, 또 맞서 싸우겠다니 분노하지 않는 병사가 없습니다"라고 했다.

일찍이 혜공은 목공의 도움으로 왕위에 올랐는데, 5개 성읍을 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혜공의 배은망덕에도 불구하고 혜공 4년에 진(晉)에 흉년이 들자, 목공은 백성을 살려야 한다며 쌀을 주어 고비를 넘게 했다. 다음 해 거꾸로 진(秦)에 기근이 들어 목공이 진(晉)에 식량을 요청하는 사신을 보냈다. 혜공은 진(秦)의 사신에게 "과인에게는 능히 모을 수 있는 군사는 많지만 해산시킬 수는 없다"면서 식량은커녕 군사를 일으켜 곤경에 처한 진(秦)을 공격하려 했다.

돌아온 사신에게 목공이 말했다. "전에 혜공이 입국하지 못했을 때도, 왕위를 잘 지키지 못할 때도 과인은 걱정했다. 그를 직접 만나겠다." 신하 집(縶)이 "공격하여 이기지 못하면 제후들의 비웃음을 살까 두렵다"고 하자, 목공은 "은혜를 외면하는 것은 하늘을 무시하는 것이다. 하늘이 있다면 반드시 내가 이길 것이다"며 직접 전투에 임했다. 결국 혜공은 도망가던 중 생포되었다. 그는 목공의 아내인 누나 덕에 목숨은 부지했으나 곧 병사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맹자'(孟子)는 "정의(道)를 얻으면 돕는 자가 많다"(得道多助)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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