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로 임기 반환점을 맞는 문재인 대통령에 '실패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정책 실패, 정부 실패를 넘어 '국가 실패'라는 따가운 비판마저 쏟아진다. '국정 농단'은 '적폐 청산'으로 고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국가 실패는 나라의 근간(根幹)을 무너뜨리는 것이어서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 국가 실패는 베네수엘라와 같은 나라로 가는 것을 일컫는다. 문 대통령이 어쩌다 2년 반 만에 국가 실패란 소리를 듣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안타깝다. 국가 실패로 간주하는 이유들이 많겠지만 두 가지를 꼽고 싶다. 국민 통합을 무너뜨린 것과 포용을 망가뜨린 것이다.
'아사비야'(asabiya)라는 게 있다. 14세기 아랍의 학자이자 정치가인 이븐 할둔이 저서 '무깟디마'(역사서설)에서 정립한 개념이다. 집단의 구성원들이 하나로 뭉쳐 협력하는 능력을 지칭한다. 쉽게 말하면 국민 통합이라 할 수 있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개인적 이익을 제쳐두고 공동의 선을 위해 결속하고 연대하는 역량인 아사비야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국민 통합은커녕 좌파와 우파가 사실상 내전(內戰)을 벌이고 있다. 누구보다 문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고 그를 비호하면서 아사비야를 시궁창에 던져 버렸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아닌 특정 진영 수장을 자처한 대통령 탓에 국론은 분열됐고 국민은 둘로 갈라졌다. 국민 통합 실패는 국가 실패로 귀착되기 마련이다.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은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포용적 경제제도를 뒷받침하는 포용적 정치제도가 번영을 다지는 열쇠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포용을 앞세웠지만 실제 언행은 정반대였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탈원전, 기업 옥죄기 등 경제정책은 포용과 거리가 멀었다. 오만·독선적인 인사와 국정 운영, 공수처 설치 강행 등 정치에서도 포용과는 동떨어졌다.
산을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훨씬 위험하다. 대통령 자리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이 전반기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면 국가 실패는 확정될 수밖에 없다. 놓쳐 버린 국민 통합과 포용을 되찾아야만 문 대통령은 국가 실패로 가는 수레바퀴를 멈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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