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년수당마저 지방과 큰 격차 벌이는 서울시의 정책 독주

입력 2019-10-31 06:30:00

서울시가 내년부터 3천300억원의 예산으로 청년수당 확대 지급을 발표하자 권영진 대구시장이 발끈하고 나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무분별한 '현금 복지'가 지방 청년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청년인구 유출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는 '2020 서울시 청년출발지원정책'을 발표했다. 현재 만 19~34세 중위소득 150% 미만 미취업 청년 6천500명에게 매달 50만원씩 6개월간 지급하는 청년수당을 내년부터 크게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내년 지급 대상자 3만 명 등 3년간 총 10만 명의 미취업 청년에게 별도의 심사 없이 요건만 맞으면 바로 수당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연평균 예산 규모로 따지면 1천100억원이다.

재정 형편이 넉넉한 서울특별시가 일자리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위해 현금 지원 정책을 펴는 것에 대해 굳이 날을 세워 비판하고 깎아내릴 이유는 없다. 하지만 서울과 지방 간의 형평성 등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보다 신중한 정책 판단을 바라는 것이다.

서울시의 이 같은 현금 복지는 그럴 형편이 못 되는 다른 지자체나 우리 사회 전체에 크고 작은 영향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대구시도 현재 월 50만원씩 3개월간 청년수당을 주고 있으나 대상자가 1천466명에 불과하고 전체 예산이라고 해봐야 고작 10억원이 전부다. 서울 거주 청년과 어렵기는 매한가지인 지방 청년들이 서울시의 사례를 지켜보고 어떤 감정을 가질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복지 서비스의 방향과 수단이 아무리 지자체 고유의 판단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 전체에 미칠 영향 등을 살펴본 뒤 시행하는 게 맞다. 물론 당장 일자리가 없어 생계가 곤란한 청년들에게 현금 복지가 취업의 마중물이 될 수 있고 또한 생활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만한 규모의 예산이라면 벤처기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정책 재검토 등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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