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천우 이정호 변호사
올 경제성장률 2% 달성 어려운데
과도한 명분이 충돌하는 현실 정치
공존의 가치에 입각해 민생을 우선
실용적 관점에서 경제정책 접근을
곧 올해 마지막 분기가 시작된다. 기업이나 나라나 실적이 부진했다면 만회할 유일한 기간이다. 상장 법인들은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내려 갖은 수단을 동원할 시즌이고, 정부 또한 목표한 경제지표들을 이뤄내고자 남은 예산 지출에 무리수를 두기도 쉬운 기간이다.
특히나 경제성장률 2%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예측에 민관이 공히 우려가 크다. 남은 분기 동안 정부의 현명한 경제 대응책이 나오겠지만, 정치가 보여주는 혼란에서 그 기대감은 크게 상쇄되고 만다. 정치 현상으로는 분명 옳고 그름을 가리자는 훌륭한 명분들이 각자 담겨 있지만, 법 제도가 그 나름 정비된 민주화 시대에 명분이나 이념은 어쩌면 공허한 것이다.
명분을 좇는 정치운동이 경제를 어떻게 망칠 수 있느냐를 극명히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로 중국의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시대의 경제 실정을 들 수 있다.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국가 이념이던 사회주의를 공고히 하려는 그 나름의 명분에서 강행된 정책들은 수많은 국민을 고통에 빠뜨리고 중국 현대사에 오욕을 남겼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경직된 이념과 명분에서 비롯된 경제정책의 폐해는 실용주의 노선에 입각해 시장경제를 과감히 인정하고 도입해 나간 등소평의 개혁정책으로 서서히 극복됐다. 흑묘백묘론으로 주창된 실용주의 경제정책은 옛 소련의 붕괴로 일시에 무너진 여타의 공산국가들과 달리 중국이 유연하게 시대 흐름에 맞춰 대처할 수 있는 저력이 됐고, 오늘날 중국이 이른바 G2에 이를 수 있게 된 밑거름이 됐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 뒤 노동법령 내실화, 진보정당 안착, 시민운동세력의 정치 참여 등으로 현재의 정치 패러다임은 안정화됐다고 본다. 이 시기에는 보다 발전적 사회 가치와 규범이 논의되고 기술 발전이 가져올 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새롭게 대비해야 한다.
정치의 속성을 어느 정도 인정해 주더라도 현실 정치는 아직도 과도한 명분의 충돌과 대립의 장으로 남아 있다. 정치에서 명분이 지나치게 앞서면 경제는 그만큼 경직된다. 경직된 경제 현상은 불필요한 국부의 낭비나 자산의 불균형을 즉시 바로잡을 여력이 부족해지게 한다.
경제는 옳고 그름의 명분을 적용하기 이전에 각 경제 주체나 산업 분야에 주어진 현안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고른 기회 속에서 모두가 잘살 수 있는 정책에 높은 가치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경제정책은 이러한 공존의 가치를 최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가치를 추구하고 실현함에 있어 그 정책의 주체는 누가 되든 상관없다. 경제 각료의 인사에는 진영이 있을 수 없고, 진영을 넘어서는 목소리를 경청하여 정책이 수립되고 때론 수정, 발전해 나가야 한다. 이와 같이 정치의 명분과 경제의 정책 방향은 분리하여 경제만은 철저히 실용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현대사의 위기를 극복하고 7%대의 거침없는 경제성장률을 지속해 오던 중국조차도 최근엔 6%대로 성장률이 떨어졌고, 미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녹록하지 않은 경제 환경에 직면해 있다. 미, 중, 일 등 주변국과의 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 특성이 낮은 성장률 지표와 더불어 향후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게 만든다. 심지어 금융 위기 때 못지않은 위기로 진단하는 전문가도 많다. 아마 정부는 성장률을 포함해 당장의 지표를 수치적으로 극복하려 할 것 같고, 슈퍼 예산이라는 내년도 예산의 상당 부분은 이를 해소하는 데 쓰일 것이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거나 대처하는 정부의 노력과 능력을 아직은 신뢰하고자 한다. 그러나 향후의 위기 극복이나 경제의 양적, 질적 성장을 위한 노력은 무엇보다 실용적 관점에서 이뤄지길 기대한다. 사실 경제이론에 입각한 경제부양책은 예측도 어렵고 각종 변수에 휘둘리기 쉽다.
당장의 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근시안적 대응도 적절치 않다. 공존의 가치에 입각해 민생을 우선시하고 정치적 요소를 뛰어넘어 실용적 관점에서 성장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중국의 대약진운동이 명분에 빠져 실제로는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 과오를 반면교사할 일이다. 구태의연한 이념이나 명분 다툼으로 역사를 답보케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주요 법안이나 정치적 재판 등 빤한 정쟁 거리가 목전에 있고, 탄핵이라는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전란과 외교적 표류로 나라가 어려움에 처해진 당쟁의 시대나 자생적으로 나타난 자본주의의 맹아를 고사시키고 근대를 통째로 암흑기에 빠뜨린 세도정치의 시대가 역사 속의 지난 일만은 아님을 늘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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