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사실 공표 제한에…군위군수 소환에도 '깜깜이'

입력 2019-10-29 16:45:09 수정 2019-10-29 21:55:44

경북경찰청, 김영만 군위군수 수사에 착수했지만, 혐의 내용 알려지지 않은 '깜깜이 수사'
'통합신공항 어떻게 되나' 파장에 관심 쏠리지만 뜬 소문만 무성

경북경찰청 전경. 매일신문DB
경북경찰청 전경. 매일신문DB

'조국 사태'를 거치며 강화된 '피의사실 공표 제한'이 경북지역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의 주요 주체인 김영만 군위군수가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혐의 내용조차 알려지지 않은 채 '깜깜이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형법상 검찰이나 경찰은 직무를 통해 얻은 피의사실을 검찰이 기소해 공판을 청구하기 전에는 공표할 수 없다. 다만 국민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대해 객관적이고 충분한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한 사실은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발표할 수 있다'고 간주돼 왔다.

하지만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해 유죄를 속단하게 하거나 추측·예단을 불러일으켜 범죄사실이 확정되기 전 마치 피의자의 범행이 확정된 것처럼 알려진다는 비판이 적잖았다.

올 초 울산경찰청이 약사 면허증을 위조해 약사 행세를 한 남성을 구속한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내자 울산지검은 이를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보고 경찰관 2명을 입건하기도 했다.

당시 검·경 수사권 갈등 국면의 돌출된 사례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최근 정부가 피의사실 공표 제한을 검찰개혁 과제로 강조하면서 국민적 관심 사안이 됐다.

그 파장이 경찰의 군위군수 수사에까지 미친 셈이다.

경북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25일 김영만 군위군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4시간 가량 조사했지만, 수사 내용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전혀 없다. 김 군수가 관급공사와 관련해 억대 뇌물을 받았다는 얘기만 떠돌고 있다.

김 군수 소환조사에 앞서 군수 측근 2명과 전직 공무원 1명까지 구속된 만큼 이들을 중심으로 한 확인되지 않은 온갖 소문이 지역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경찰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검찰 기소 전 피의사실 공표를 제한하고 있는 현행법을 엄격히 적용하면 사실상 경찰 수사 단계에서 어떤 정보도 언론에 공개할 수 없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보에 대해 최소한의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하지만 그마저도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경북경찰은 말을 아끼고 있다.

혹시 모를 말 실수에 대비해 최근 경찰 간부들이 언론인은 물론 조직 외부 사람 만나기를 꺼려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지역사회의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해 경찰이 수사내용 공개를 전면 거부하면서 피의자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불확실한 정보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피의사실 공표 제한과 최소한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법무부는 기존 검찰의 수사공보준칙을 대체할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향후 경찰의 피의사실 공표 가이드라인으로도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