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불편함은 장애인 활동지원사 업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충분한 수입을 얻을 수 없게 된 활동지원사는 2개 이상의 중개기관에 등록해 각종 잡무를 떠안은 실정이었다. 반면 법적으로 규정된 휴식시간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고충이 고스란히 장애인들의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중증 뇌병변장애인들은 "휴식시간에도 무급으로 이용자를 돌봐야 하는 활동지원사들의 현실이 안타깝다. 한편으로는 휴식시간 동안에는 고스란히 이들의 양심과 동정심에 우리의 생명을 맡겨야 하는 상황도 답답하다"고 입을 모았다.

◆휴식시간은 곧 무급 추가 노동
사회복지사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장애인활동지원사는 4시간 근무하면 30분, 8시간 근로 때 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을 보장받게 됐다. 원칙적으로는 정한 시간 안에서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지만, 장애인 앞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활동지원사 A(58) 씨는 휴식시간에도 장애인 B씨에게 약을 먹이고 배변을 도왔다. 단말기는 꺼진 상태였지만 그가 하는 일은 근로시간의 연장이었다.
B씨는 "중증 장애인들은 몸 상태가 수시로 변한다"며 "정이 든 이용자가 갑자기 구토 또는 설사를 하거나 경련을 일으키는데도 휴식시간이라고 나 몰라라 할 지원사가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휴식시간 중 가족의 활동지원을 허용하는 등 대책을 마련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B씨는 "가족이 없는 장애인들도 많다. 나만 해도 가족들에게 매일 휴식시간에 맞춰 돌봐달라고 말할 처지가 못된다"고 말했다.
휴식시간이 활동지원사와 장애인 이용자 간 불화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휴식시간 이용을 놓고 누구 하나는 반드시 양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입장차가 좁혀 지지 않는 탓이다.
다른 장애인 C씨는 "휴식시간을 칼같이 지키면서 은행업무 등을 보러 외출하거나 산책을 하는 활동지원사들도 일부 있다"며 "이 경우 장애인 이용자가 당장 급한 도움을 받지 못해 고통을 참는 일도 많고, 애초에 휴식시간 개념을 납득하지 못하는 이용자들과 싸움이 나기도 한다"고 전했다.
◆법 개정 취지 무색해지는 편법
근로기준법 개정 후 장애인 활동지원사들은 월 최대 209시간 근로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기자가 만난 활동지원사 5명은 모두 복수의 중개기관에 등록해 장애인 이용자를 돌보고 있었다.
1명의 장애인을 돌보는데 2개 이상의 기관에 등록해 장시간 근로를 하는 활동지원사는 현장에서는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줄어든 한도 근로시간을 어기지 않으면서 생활에 필요한 임금을 얻기 위한 편법인 셈이다.
정부는 개별 제공기관만 점검할 뿐이어서, 활동지원사가 해당 기관에서 노동시간이 법정 한도를 넘었는지만 확인할 뿐이다. 상당수 활동지원사들이 여러 기관에 등록해 장시간 근로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제재하기 어려운 상황인 탓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법을 개정했지만,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활동지원사들은 줄어든 근로시간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활동지원사 D(53) 씨는 "2개 기관에 등록하면 의무로 받아야 하는 교육은 물론이고 활동지원 일지 제출 등 잡무도 늘어난다. 당연히 좋을 것이 없지만, 하루 8시간 근로를 지켰다가는 도저히 가족 생계를 책임질 수 없다"고 털어놨다.
활동지원사 50명당 전담인력을 1명씩 둬야 하는 중개기관 입장에서도 이중등록으로 인한 소속 활동지원사 증가에 따른 인건비와 사회보험 등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

◆단말기의 노예, 길 가다 알람 울리면 찍어야
활동지원사의 출·퇴근과 근로시간은 전자바우처 앱을 통해 활동지원 카드를 단말기에 찍어야만 인정된다. 활동지원사들이 등록한 기관이 늘면서 카드를 찍어야 할 횟수도 자연스레 늘어났다. 단말기 입력 시간이 늦어지면 그 시간은 고스란히 근로시간에서 빠지는 탓에 이들은 온종일 단말기에 매달려 산다.
2개의 단말기를 가진 D씨는 지난달 20일 병원에서 이용자 E씨의 배변을 도와주다 말고 단말기를 찍었다. 그는 "근로시작, 종료, 중간 휴무시간 등 많게는 하루 7, 8번 단말기를 찍는다"며 "단말기를 켜고 작동하는데에도 꽤 시간이 걸리다 보니 장애인 이용자와 외출 중이거나 급한 상황에서는 카드를 찍기 곤란할 때도 많다"고 했다.
불편하기는 장애인 역시 마찬가지다. E씨는 "한여름에 길을 가다 말고 알람이 울리더라. 햇볕이 정말 뜨거웠지만 활동지원사 입장에서는 당장 해야 할 일이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고 불평했다.
이런 불만들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최중증 장애인의 경우 24시간 돌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활동지원사 한 사람이 24시간 일을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느냐"고 반론을 펼쳤다. 이 관계자는 "법 개정 이전 근로시간 제약이 없었을 때는 활동지원사의 부정 수급 횡령 문제가 있었다"며 "반면 이제는 근로시간 제한과 확인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되면서 현장에서 토로하는 각종 문제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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