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지 종신보험 급증…보험 소비자 '중도 해지 주의보'

입력 2019-10-27 15:41:00

무해지·저해지 보험계약 4년 만에 50배 이상 폭증
저렴한 중도해지 시 환급금 돌려받지 못할지도

보험료가 저렴함 무해지 및 저해지 종신보험 계약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이 상품은 중도해지환급금이 적거나 없을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보험료가 저렴함 무해지 및 저해지 종신보험 계약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이 상품은 중도해지환급금이 적거나 없을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종신보험은 저축성 상품이 아닙니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높은 수익률을 내세운 종신보험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무해지 또는 저해지 종신보험 계약이 급증했다. 그러나 무해지 또는 저해지 종신보험은 저축성 보험이 아니고, 중도 해지 시 환급금을 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 이 같은 우려를 고려해 금융당국도 소비자 보호 조치에 나섰다.

◆무해지 종신보험 급증에 불완전판매 우려

해약환급금이 없는 무해지 종신보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게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3만4천건이었던 무해지·저해지 보험계약건수는 2016년 32만1천건으로 10배가 늘었다.

가입 건수는 해마다 폭발적으로 급증해 2017년 85만3천건, 2018년 176만4천건 등 4년 만에 52배나 증가했다. 올해도 1~3월 사이에만 108만건의 신규계약이 이뤄졌다.

신규계약(초회) 보험료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2015년 58억원이었던 보험료는 2016년 439억원, 2017년 94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1천596억원까치 치솟았다. 4년 만에 보험료가 27.5배나 늘어난 셈이다.

무해지 또는 저해지 보험은 보험료 납입 기간에 계약을 해지하면 해약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대신,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을 말한다. 종신보험은 종신까지 보장해 보험료가 비싸고 보험기간이 길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가입자가 실직이나 퇴직 등으로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 보험료 납입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무해지 종신보험은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특정 기간동안 해약 환급금이 없고, 보험계약 대출이나 중도인출 활용도 불가능하다. 사정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면 납입한 보험료 전액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문제는 무해지 또는 저해지 종신보험을 적금과 같은 '저축성 보험'으로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소비자가 무해지 종신보험이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불완전판매'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동수 의원은 "일부 보험사가 영업 과정에서 무해지 종신보험이 보험료는 30% 저렴하고 10년 시점의 환급률은 115%, 20년 시점 환급률은 135%로, 은행의 3%대 정기적금 가입보다 유리하다는 식으로 판매하고 있다"며 "위험성을 생각하지 못한 소비자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종신보험을 연금 보험으로 오인말아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무해지 또는 저해지 환급금 보험상품 판매 급증에 따른 소비자 보호 조치 강화에 나섰다. 판매가 급증한 보험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은 부문 검사를 하고, 내년에 시행 예정이던 상품안내 강화 조치를 올해로 앞당길 계획이다.

금감원은 27일 불완전판매 피해 확산을 방지하고자 무·저해지 환급금 보험 상품에 가입할 때 주의를 당부하는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또한 내년 4월 시행하려던 '무·저해지 환급금 보험상품 안내강화' 방안을 올해 12월부터 조기 시행한다. 소비자 자필서명 강화는 12월 1일부터 먼저 시작하고, 해지 시점별 환급금 안내강화는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더불어 불완전판매를 잡아내고자 암행 감찰인 '미스터리 쇼핑'에 나서고, 판매가 급증한 보험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에 대해선 부문 검사를 한다. 금감원과 보험개발원, 생명손해보험협회가 함께 상품 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상품설계 제한 등 보완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종신보험이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저축성보험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종신보험은 보험 가입 이후 평생 보험가입자의 사망을 보장(사망보험금 지급)하는 보험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종신보험의 연금전환 기능을 보고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으로 오인하거나, 연금보험보다 종신보험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종신보험은 납입한 보험료에서 사망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인 위험보험료, 비용·수수료 등을 차감하고 적립하기 때문에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입해도 적립금(해지환급금)이 이미 납입한 보험료(원금)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 연금전환을 신청하면 종신보험을 해지하고 해지 때 지급하는 해지환급금을 재원으로 연금을 지급하게 되기 때문에 같은 보험료를 낸 연금보험보다 적은 연금액을 받을 수도 있다.

소비자들은 종신보험의 보험료 추가납입 기능을 보고 종신보험이 저축성보험과 유사하거나 더 유리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종신보험은 이미 기본보험료에서 위험보험료와 사업비가 차감되기 때문에 추가납입 보험료를 활용해도 환급률이 저축성보험을 넘기가 어렵다.

무해지 환급금 보험상품의 경우에는 보험료 납입기간 중 약관 대출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품 안내장 등 관련 자료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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