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 출혈 경쟁에 수익성 악화 속속 철수
에어부산 10개 달했던 노선 2개까지 축소
"단거리 노선 의존 심각… 노선 발굴해 수요 키워야"
수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오던 대구국제공항이 낯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9월 여객실적이 크게 하향곡선을 그린 데 이어, 잠정 결정된 동계 운항일정에서는 주간 항공기 운항편수마저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됐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구공항의 수요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비관적인 관측마저 나오지만, 지역민의 수요가 있는 노선을 잘 발굴하면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조언도 함께 제기된다.
◆대구 노선 발 빼는 항공사들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대구공항의 올 겨울철 주간 항공기 운항 편수는 모두 490편으로 하계 시즌의 684편보다 28%나 줄어들게 된다. 특히 대구공항 활성화의 주축이었던 국제선이 196편이나 줄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이는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한 노선 철수 영향이 크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제한된 노선에 다수의 항공사들이 뛰어들면서 시작된 출혈경쟁의 결과"라는 시각이 많다.
취항 가능한 단거리 노선을 모두 합해도 10곳 안팎인데 반해, 항공사들은 계속 취항을 늘리다 보니 탑승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낳았다는 것이다. 대구공항은 활주로 길이가 2천750m로 짧고 김해나 인천보다 수요도 적은 편이어서 일본이나 중국 등 단거리 노선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거의 매달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경쟁을 벌였지만, 결국 모두 수익성이 떨어지는 결과만 낳았다. 한때 평균 탑승률 70%를 넘겨도 절반가량의 노선이 적자를 면치 못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매출이 하락하자 항공사들도 속속 대구에서 발을 빼는 분위기다. 얼마 전까지 블루오션으로 각광받던 대구공항이 이제는 레드오션으로 전락한 셈이다.
최근 인천공항에 둥지를 튼 에어부산은 대구공항 발(發) 정기편 노선을 동계 시즌부터 대만 타이베이와 일본 후쿠오카 등 2개로 줄였다. 대구공항에서 출발하는 에어부산 취항 노선은 가장 많을 때는 10개에 달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가운데 유일하게 인천공항 노선이 없었던 에어부산은 김해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대체지로 대구공항을 택했지만, 인천 취항이 이뤄지자 다시 발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주항공도 중국 베이징과 마카오 등 생각만큼 수요가 나오지 않는 노선을 정리하고, 12월부터는 도쿄 나리타 노선도 철수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경우 제주항공은 대구에서 베트남 다낭과 필리핀 세부, 대만 타이베이 등 3개 노선만 운항하게 된다.
그나마 대구공항을 주력 허브로 삼는 티웨이항공이 장자제(장가계)와 옌지(연길) 등 일본을 대신할 수 있는 신규 취항을 늘리고 있지만, 취항할 수 있는 선택지 자체가 좁은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항공사 머리 맞대야"
전문가들은 일본·중국 등 지나치게 단거리 국제선 비중이 높은 점은 대구공항이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제한된 노선이 항공사들의 출혈경쟁을 부추기고 항공 수요의 확장을 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까운 김해공항만 하더라도 몽골 울란바토르나 싱가포르 등 중장거리 노선을 취항하고 있다.
윤대식 영남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인천이나 김해는 대구에 비해 근본적인 항공 수요 자체가 더 많은데다, 접근성이나 시설 면에서도 대구보다 여건이 충분해 수요 감소를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최근 급격하게 성장한 대구공항은 치명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특히 대구경북의 경제적 여건 역시 항공수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더욱 안정적인 공항 활성화를 위해서는 항공 노선을 훨씬 다변화하고, 경북이나 충청, 전북 등 다른 지역까지 대구공항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수요 폭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향후 대구공항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계속 이어가려면 대구시를 비롯한 행정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시가 직접 항공사와 관광업계 등과 머리를 맞대고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노선을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웅기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 중국에는 인구 100만이 넘으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많은 도시들이 있고,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에도 연결할 만한 공항이 꽤 있다"면서 "공항이 잘 될 때는 가만히 있어도 노선이 생기지만 어려운 시기에는 행정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구시가 관광협회나 공항공사, 항공업계 등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직접 발로 뛰어가며 노선 발굴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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