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미시에 필요한 것은 일탈의 정치가 아닌 상식의 행정이다

입력 2019-10-16 06:30:00

경북 구미시 산동면 '산동물빛공원' 내 광장과 누각 명칭 변경을 둘러싼 구미시와 독립운동가 후손 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독립운동가 왕산 허위 선생의 친손자 허경성 씨는 구미시가 일방적으로 바꿔버린 산동물빛공원 내 '산동광장'과 '산동루'의 명칭을 원안대로 '왕산광장'과 '왕산루'로 환원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광복회 또한 '왕산광장'과 '왕산루' 이름 복원은 특정 가문을 위한 처사가 아니라, 나라 사랑 정신과 민족혼을 기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구미경실련도 "유족 입장을 존중한 즉각 원상 복구"를 촉구했다. 이에 앞서 90대 고령의 허경성 씨 내외가 구미시청 현관 앞에서 2인 시위를 벌였으며, 장세용 구미시장의 반말성 고함에 놀란 노부인이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구미시는 "산동물빛공원의 사용 주체인 인근 주민의 의견을 수용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실련은 "시장이 한국수자원공사를 직접 방문해 명칭 변경을 요구해 놓고, 명분이 궁색해지자 주민들을 부추긴 것"이라고 반박했다. '왕산광장'과 '왕산루'는 전임 시장 시절 주민공청회 등 합당한 절차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결정한 명칭이다.

구미 출신인 왕산 허위 선생의 가문이야말로 3대에 걸쳐 14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우리나라 최고의 독립운동가 집안이란 상징성도 고려했을 것이다. 그런데 장 시장이 '기념사업은 태생지 중심'이란 논리를 내세우며 '왕산광장에는 산동면 출신 독립운동가 장진홍 기념사업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고 한다.

구미시는 구미공단 50주년을 맞아 상영한 홍보 영상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쏙 빼고 진보 좌파 성향의 전·현직 대통령만 넣었다가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하기도 했다. 구미시장은 편향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강요할 게 아니라, 시민들의 보편적인 인식에 충실한 행정을 구현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것이 일탈된 시정으로 인한 세인의 비난과 시민의 걱정을 더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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