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스칸달론

입력 2019-10-16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어느 나라든 정치판이 요동을 치고 국민이 흥분하는 데는 몇 가지 단골 메뉴가 있다. 극심한 빈부 격차나 인종 차별, 증세(增稅)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정치인 등 유력 인사들의 부정부패 등 각종 추문도 이에 못지 않게 사회적 격동과 큰 잡음을 만들어낸다.

사회 지도층 인사가 직간접으로 연루된 충격적이고 비윤리적인 사건을 흔히 스캔들(Scandal)이라고 부르는데 그리스어 'skandalon'에서 유래한 말이다. 거꾸로 매달아 올리는 덫이나 그물에 걸려 뭇 사람들의 놀림거리가 된다는 뜻이다.

요즘 미국 정가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벌집을 쑤셔 놓은 듯하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스캔들 진원지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식 탄핵 조사에 들어가는 등 여론이 들끓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도 모자라 우크라이나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의 늪에 한 발짝 더 빠져들어간 모양새다.

이번 스캔들의 시발은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전화 통화다. 트럼프는 이 통화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아들이 연관된 '우크라이나 의혹'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신속히 수사할 것을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통화 기록마저 은폐하려 했다는 내부고발장이 접수되면서 미국 정가를 왈칵 뒤집어 놓은 것이다.

무엇보다 바이든은 내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유력 후보라는 점에서 정적 제거를 위한 트럼프의 정치 공작 냄새가 짙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위는 닉슨 대통령의 하야를 촉발한 '워터게이트 사건'과 빼닮았다는 점에서 스스로 탄핵의 스칸달론을 더 세게 잡아당긴 꼴이 됐다.

지난 두 달여 동안 한국 사회를 양분시킨 혼란의 매듭이 겨우 하나 풀렸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35일 만에 옷을 벗은 것이다. 진영 논리를 떠나 보통 사람의 분개 등 반조(反曺)의 물결이 더 거셌다. 그렇지만 그가 살아오면서 덕지덕지 쌓아온 허물이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다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그는 퇴임하면서 "검찰 개혁의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말과 행동의 불일치가 '조국'이라는 아이덴티티를 무너뜨리는 불쏘시개가 됐다는 점에서 뒷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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