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동화작가 루이스 캐럴이 지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꿈속에서 토끼굴에 떨어진 한 소녀가 이상한 나라로 여행하면서 겪는 신기한 일들을 실감나게 그렸다. 담배 피우는 애벌레, 가발 쓴 두꺼비, 신출귀몰하는 고양이 등 허무맹랑한 동물들을 만나는 것은 물론이다. 몸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고, 눈물의 연못에 빠지기도 한다. 가는 곳마다 기상천외한 갖가지 사건들과 마주친다.
터무니없는 오해에다 억울한 누명을 쓰기도 한다. 일상 사회와는 전혀 상반되는 일들이 한없이 뒤죽박죽 얽히며 이상한 재판에도 참석한다. 상식적으로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기발한 상상력과 환상적인 모험의 세계가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 독자들까지 매료시켰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꿈속의 이야기이고 동화일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도 꿈꾸고 있다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서 '이상한 나라'를 떠올리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일까. 그러나 현실과는 영 동떨어진 몽상가적 발상과 발언 그리고 황당무계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는 것을 보면 그 유사성을 부인할 수만은 없을 듯하다. 나라 안팎의 모든 영역에서 불협화음이 갈수록 높아지며, 벌이는 일마다 뒤틀려 국민들이 탄식하고 있다. 그런데도 만사형통을 외치고 있지 않은가.
이른바 한반도 프로세스로 돌아온 것은 북한의 핵 무장과 노골적인 욕설뿐이다. 외교와 안보는 어떤가. 동맹인 미국과의 불협화음 속에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의 집단 린치만 당하고 있는 꼴이다.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이며 기업과 가계에 망조를 일으켜 국가경제가 시들어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기술을 내팽개치고 신재생에너지를 한다며 산업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정치도 경제도 안보도 외교도 멀쩡한 것이 없다. 모든 게 뒤죽박죽이다. 그래도 대통령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가슴이 뜨겁다'고 딴 세상 사람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얼마나 더 망가져야 그런 나라가 되는지, 이 모든 것이 그냥 한바탕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국민이 많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의 압권은 단연코 조국 사태였다.
악마는 스스로의 악행을 알까 모를까? 독일의 문호 괴테는 희곡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통해 이 오래된 질문에 호응한다. 학문적인 경지에 이르렀지만 영원한 진리에 목말라했던 파우스트를 악으로 유혹하는 메피스토펠레스는 자신의 악행을 인식하고 있다. 비록 악마이지만 자신의 감정과 욕망에 대해 솔직해서 차라리 시원하다. 작금의 우리 사회를 혼돈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어온, 일반인의 상식과 상상조차 뛰어넘은 한 인간의 그 거짓과 위선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금방 드러날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해대던 그 뻔뻔함에, 숯덩이가 껌정을 지우겠다고 날뛰던 적반하장의 망동에 국민들은 현기증과 더불어 구역질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 판국이면 차라리 메피스토펠레스가 그리울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 궤변과 요설을 한사코 옹호하던 세력들은 또 뭔가. '우리가 조국' '정경심 사랑'을 외치던 사람들은 누구인가. 평범한 일상에 충실한 국민들로서는 참으로 불가사의한 정신세계이다. 상식과 통념마저 흔들리는 정신적 혼란과 가치관의 혼돈 속에서도 너무도 당당하던 그들의 모습에, 멀쩡한 국민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가 이상한가?'라고 반문하곤 했다. 참 이상한 나라가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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