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어록(語錄)은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못지않게 강렬하다. 윤 총장은 별장 접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명언을 또 하나 남겼다. "나는 건설업자 별장에 놀러다닐 정도로 대충 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좁게 보면 의혹을 부인한 말이지만 넓게 보면 59년을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자신감이 담긴 발언이다.
2013년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에서 윤 총장은 지금까지 회자(膾炙)하는 명언을 남겼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했던 그는 당시 여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면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이란 권력에 굴하지 않고 수사를 해온 윤 총장은 말과 행동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윤 총장의 성정을 제대로 알아채지 못한 것을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언행일치(言行一致) 측면에서 윤 총장의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이 조국 법무부 장관이다. 그는 교수 시절 사회 지도층 인사 특히 보수 정권 사람들을 향해 트위터를 통해 독설(毒舌)과 비판을 쏟아냈다. 1만5천 건을 넘은 조 장관 글에 많은 사람이 통쾌함을 느꼈고, 어느 사이 그는 진보의 아이콘이 됐다.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는 시구(詩句)에 빗댄다면 '조국을 키운 건 팔 할이 트위터 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조 장관과 가족이 그의 글과는 정반대되는 삶을 살아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장관을 물러나야 할 지경에 몰렸다. 상상을 초월하는 특권적 반칙과 일탈 행위도 문제인데다 조 장관이 쏟아냈던 수많은 글이 불난 데 기름을 부어 국민적 저항을 불러왔다. 오죽하면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조만대장경'(조국+팔만대장경) '조스트라다무스'(조국+노스트라다무스) 같은 말이 나왔을까.
한 사람의 말이나 글이 세상의 빛이 되려면 그 사람의 인생이 그 어록에 어느 정도는 들어맞아야 한다. 일제강점기 때 명필(名筆)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이완용의 글씨가 평가 대상조차 안 되는 게 이런 연유에서다. 조 장관이 국민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것은 그의 어록과 그의 삶이 너무나 동떨어지기 때문이다. 윤석열·조국 대전(大戰)에서 조 장관이 필패(必敗)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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