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고등학생이 되는 아이, 사교육 꼭 시켜야 하나요?

입력 2019-10-13 06:30:00

Q. 중3 아이를 둔 학부모입니다. 지금까지 아이가 사교육 도움 없이 학교 공부를 스스로 잘해왔는데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는 고민이 됩니다. 이제라도 영어, 수학 학원을 보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S1. 사교육이 명문대 진학의 필수 조건은 아닐 수도

작년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다루며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자식들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한, 부모들의 처절한 욕망을 풍자한 것이었지요. 이 드라마는 한국 교육의 치열하고 비인간적인 경쟁을 비판하고 우리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드라마 내용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부모의 노력 여하에 따라 내 아이의 학업 성적이 좌우된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닐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정답이라고 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과외는커녕 학원도 다니기 어려운 가정환경임에도 학교 공부와 야간 자율학습, 그리고 EBS 인강만으로 S대 윤리교육과에 합격한 제자가 있습니다. 그를 떠올리면 부모의 치열한 정보 수집에 의한 사교육이 명문대 진학의 필수 조건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사교육에 길들어진 아이는 자기 결정 능력이 부족하여 스스로 계획을 세워 실천해야 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S2. 주변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는 부모의 마음이 필요

부모의 욕심만으로 아이를 학원으로 내몬다면 어느 순간 아이는 부모의 욕심을 원망할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아이가 사교육 없이도 학교 공부를 잘해왔다면 주변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고 아이를 믿고 지켜봐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저 아무 말 없이 지켜보라는 건 아닙니다. 영어, 수학과 같이 꾸준하고 체계적인 학습이 필요한 과목의 경우 내 아이가 어떻게 스스로 학습을 하고 있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부모로서 도와줄 것은 없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툭하면 새벽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거나 컴퓨터와 씨름하는 아이를 보게 됩니다. 학습량이 많아질 뿐만 아니라 과목마다 쏟아져 나오는 과제 평가와 비교과 관련 학교 행사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누구네 아이는 무슨 학원에 다니면서 영어 성적이 많이 올랐다더라' 하는 주변 이야기에 흔들리기 쉽습니다. 그럴 때면 '내 아이도 그 학원에 보내야 하는 건 아닌가' 하고 마음을 졸이게 됩니다.

내 아이의 공부는 아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떤 과목을 잘하는지, 어떤 과목에서 부족함을 느끼는지 말이지요. 필요한 것은 주변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아이가 생각하는, 자신의 학습 상태입니다.

S3. 학교 수업에서 배움의 기쁨을 만끽하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사교육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학교 공부만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학원이나 과외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합니다. 다만 공부의 기본은 예습, 학교 수업, 복습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학교 수업을 듣기 전에 미리 교과서를 '훑어 읽기'하여 다음 시간에는 무엇을 배우는지 챙겨 보게 합시다. 그리고 수업 시간을 통해 '훑어 읽기'한 내용을 확인하며 학습하고, 복습을 통해 학습한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굳이 학원이나 과외가 필요 없을 것입니다.

학원 등에서 이루어지는 선행학습(사교육)으로 인해 정작 가장 중요한 수업 시간에는 딴짓을 하거나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선행학습으로 인해 학교 수업을 게을리 하는 아이가 아닌, 학교 수업에서 배움의 기쁨을 만끽하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는 내 아이가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음악과 미술도 잘하길 바랍니다. 한 학급에 25명의 아이가 있습니다. 그 25명의 아이들은 자라온 환경도 다를 뿐만 아니라 잘하는 것도 다르고, 꿈도 다릅니다. 그런 각양각색의 아이들에게 우리 부모는 똑같은 것을 강요하고 욕심내고 있는 건 아닌지요.

"예린아, 넌 꿈이 뭐야?" "전 수의사가 되어 아픈 강아지를 돌봐주는 것이 꿈이에요." 우리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예린이가 수의사가 될 수 있도록 영어, 수학 공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예린이 손을 잡고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해보는 것이 아닐까요.

대구시교육청 학부모고민 들풀교사모임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