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까마귀도 돼지열병(ASF) 옮길 수 있다

입력 2019-10-09 13:20:35 수정 2019-10-09 17:53:34

오수진 전 한국총포협회 중앙회 회장

오수진 전 한국총포협회 중앙회 회장
오수진 전 한국총포협회 중앙회 회장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때문에 강화군은 모든 농장의 돼지를 살처분하기로 했다고 한다.

또한 ASF 확산 방지를 위해 발생 농장 500m 내 돼지를 살처분한다는 규정을 바꿔 3㎞ 이내로 확대했다고 하지만 전국의 축산 농가는 걱정이 태산이다.

ASF는 사람을 포함하여 멧돼지과 이외의 동물은 감염되지 않고,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으며, 잠복기는 4~19일이며 치사율이 100%라고 한다.

또한 발열과 함께 장기와 피부 등에 출혈이 나타나고 41∼42℃의 고열과 식욕 결핍 등의 증상을 보이며 발병 후 1~7일 이내 죽는다.

또한 ASF 바이러스는 생존력이 높고 전염성도 강해 실온의 분변에서 5일 이상, 혈액을 냉장할 경우 1년 6개월~6년, 실온에서는 1개월 생존 가능하며, 냉장육에서는 15주, 냉동된 사체에서는 수년 동안 생존할 수 있다고 한다.

ASF는 아프리카 사하라 남부 지역의 풍토병으로 2000년대 들어 유럽에 전파되었다고 한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세계 14개국에서 ASF가 발생했고 그중 10개국이 동유럽과 러시아이고, 나머지 4개국은 아프리카 지역이다. 감염 경로는 동물의 침·분비물·분변 등을 접촉하므로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인천 강화도 서쪽에 자리한 석모도의 ASF 확진 사례는 지금까지 알려진 발병 공식에 맞지 않아 당국이 크게 당황하고 있다.

병원균이 돼지와 직접 접촉해야 감염되는데 외부와 다리 하나로 연결된 섬에는 돼지 단 2마리만 있는 폐농장으로 해당 농장에는 축산 차량이 다녀간 사실도 없고 북한 접경 지역을 따라 흐르는 임진강 등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생멧돼지가 DMZ의 철조망을 뚫고 넘어올 수도 없기 때문에 죽은 멧돼지 사체가 태풍 때 남쪽으로 떠내려 왔을 가능성에 방역 당국은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방역 당국이 ASF 병원균 매개체에서 왜 독수리와 까마귀를 제외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필자는 이해할 수가 없다.

무더운 여름철 유해야생동물 포획 활동을 하는 엽사들은 고라니와 멧돼지를 포획하면 운반하기 힘들고, 여름철에 포획한 동물은 맛이 없기 때문에 산에 버리기 일쑤다.

산에 버려진 야생동물 사체와 내장을 독수리와 까마귀들이 뜯어먹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특히 까마귀는 동물성에 가까운 잡식성이기 때문에 북한에서 ASF로 죽은 멧돼지를 뜯어먹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을 포함하여 멧돼지과 이외 동물은 ASF에 감염되지 않아, 북한에서 죽은 멧돼지 사체를 뜯어먹은 독수리와 까마귀들이 ASF 병원균을 보유한 채 남한의 축산 농가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또한 까마귀와 독수리는 이동 경로가 광범위하여 축산 농가에서 사료도 먹고 배설물을 버렸을 가능성이 있다. ASF 감염 경로를 축산 차량과 멧돼지로 한정하는 것은 방역에 허점이 있다.

특히 독수리와 까마귀는 겨울을 나기 위해 남하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축산 농가에 ASF를 전파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축산 농가에 까마귀 등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막을 설치하는 등의 방역 대책이 필요하고, 유해야생동물을 포획하여 산에 버리는 것은 환경을 오염시키고 가축전염병을 확산시키는 것으로 이 또한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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